홍순목 PEN리더십연구소 대표
홍순목 PEN리더십연구소 대표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학생들의 교육 수준에서 변화가 있었다고 한다. 중위권이 하위권으로 떨어지면서 결국 상위권과 하위권으로 양분되는 결과로 귀결됐다는 것이 교육계의 평가다. 미래를 짊어지고 가야할 꿈나무들에게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뿐만 아니라 중산층도 빠르게 붕괴되며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19년 국민의식·가치관 조사 결과를 보면 자신을 중산층이라 생각하는 사람은 3명 중 1명에 그쳤다. 이에 반해 10명 중 6명이 자신을 중산층 이하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중산층으로 인식하는 비율은 2013년 조사에 비해 9.3% p 줄어든 반면, 중산층 이하로 인식하는 비율은 8.9% p 늘어난 것이다. 주거 양극화도 확대되고 있다. 국토연구원의 ‘주거실태 조사를 통해 본 최근 10년(2008~2018년) 주거 양극화 추이’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전국 기준 주택가격 상·하위 20% 간 평균 가격 격차는 약 10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사회가 건강한지 그렇지 않은지를 판단하는 척도는 중산층의 두께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중산층 이하에 있을지라도 노력을 통해 사다리를 타고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사회 구성원의 삶 또한 건강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중산층이 붕괴되고 현재의 삶의 질보다 추락을 거듭한다면 그런 사회에는 계층 간 갈등과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게 마련이다. 때문에 역대 정권 모두 누구나 노력한 만큼의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해 온 터다. 물질과 경제로부터 오는 상대적인 박탈감보다 더 국민들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어쩌면 이 사회가 공정하고 정의롭지 못하다는 사실을 깨닫는 그 순간이 아닐까 싶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고 미래에 대한 꿈을 키워가는 청년세대들에게 이 문제는 더 크게 다가간다. 그리고 현재 각종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관련한 의혹은 대한민국에서 공정과 정의의 좌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이다. 국민들을 가장 실망시키는 부분은 왜 각종 혐의를 받고 있는 인사가 이해충돌이 될 수 있는 법무부의 수장의 자리에 앉아 있는지에 관한 것이다. 조국 전 장관이 제시한 검찰개혁의 첫 수혜자가 바로 그 자신과 가족이었다는 것도 문제였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검찰인사를 단행할 때마다 자신과 관련된 수사를 방해하는 것 아닌가 하는 논란이 일고 있는 사실 자체에 국민들은 자괴감을 넘어 자존심에 상처를 받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관련해 국회가 여와 야로 나뉘어 대립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객관적인 판단을 내릴 것으로 기대되는 사법부와 수사기관 그리고 국민권익위 등이 권력의 실세 앞에 우왕좌왕하는 모습은 목불인견이다. 의혹 당사자는 검찰 수사를 통해서 밝혀질 것이라고 하지만 오히려 국민들은 현 정권에 의해 장악된 사법기관을 통해 면죄부를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우리 사회를 지탱하는 합의와 신뢰의 기둥이 흔들리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경제가 어려워도 최후의 자존심은 지키고자 했던 것이 우리 국민들이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그 자존심마저 뭉개지고 있는 상태다. 

1997년 IMF 구제금융을 받기로 결정하면서 경제위기의 터널로 진입했을 당시를 기억해 본다. 기업이 무너지고 실직자는 실직자대로 직장인들은 직장인대로 어려운 시기였다. 선진국 금융자본 장난질에 의해 국가와 국민의 자존심이 구겨졌지만 박세리 선수가 미국 LPGA 대회에서 우승을 하고 박찬호 선수가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승리를 거머쥐는 모습을 보면서 자존심을 만회하고 치유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최근 가수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빌보드 메인 싱글차트 ‘핫 100’ 2주 연속 1위에 올랐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2주 연속 1위를 유지한 곡은 역대 20개밖에 없다고 하니 놀라운 성취이다. 하지만 박세리·박찬호 선수가 줬던 치유와 감동이 느껴지지 않는 것 같다. 그것은 방탄소년단(BTS)의 성취가 박세리나 박찬호 선수보다 작아서는 아닐 것이다. 음악이라는 분야가 스포츠에 비해 관심이 덜 가서도 아닐 것이다. 그것은 현재 대한민국이 돌아가는 현실 속에서 받은 국민 자존심의 상처가 이제는 그 어떤 것으로도 치유가 어려울 만큼 깊고 크다는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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