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우리 생활 곳곳에서는 그동안 가려져 있던 각종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큰 문제가 없었기 때문인 점도 있지만, 개선하기에는 시간과 비용이 크게 소요되는 점 등을 이유로 짐짓 모른 척 지나친 내용들도 부지기수다. 그 중 한 가지 문제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돌봄’이다. 

현재 초등학교 안에서 1∼2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초등돌봄교실’은 지난 2004년 여성의 사회 진출 확대 및 맞벌이 가정 등 증가에 따라 안심하고 양육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공교육 정상화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별도의 시설이 갖춰진 교내 공간에서 학기 중 정규수업 이외 시간을 활용해 1개 교실당 20명 정원으로 운영 중으로, 학년별 특성에 맞는 다양한 놀이 프로그램 및 안전 관련 프로그램을 비롯해 급식까지 제공한다.

특히 맞벌이 또는 저소득층, 한부모 및 조손가정 등 양육 부담을 경감하고 취약계층의 돌봄 사각지대가 발생하지 않도록 방학 기간에도 학기 중 참여 학생 등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그러나 돌봄교실 운영 주체를 두고 지난 수년간 교육계에서는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보육’의 개념인 초등돌봄교실을 ‘교육’의 영역인 학교에서 운영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 제기다. 

학교들은 현실적인 문제들도 지적한다. 

경기지역의 경우 신도시를 중심으로 학교 시설 여건 및 행정 여력 등의 문제로 인한 학생 과밀 문제와 오전·오후 돌봄교실 겸용 문제 등 공간을 마련하는 일 자체가 어렵다. 

올해는 코로나19 여파로 ‘긴급돌봄’까지 운영 중이지만, 일선 학교들에서는 돌봄교실을 운영할 인력조차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최근 불거진 긴급돌봄 학생들에 대한 급식 제공 문제도 심각하다. 사정이 이렇자 젊은 부부들은 아이 낳기를 꺼려하고 있다. 

대부분 맞벌이를 하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에서 아이를 낳아도 제대로 키울 여력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와 각 지자체에서는 출산을 장려하겠다며 출산 장려금과 출산 축하금 지급 및 양육비 지원 등 다양한 ‘출산장려정책’을 시행 중이지만 크게 와 닿지 않는다.

당장 우리집만 해도 아이를 낳으면서 10L짜리 소각용 쓰레기봉투 100장을 받은 뒤 매월 전기세 일부를 감면받아 살림에 도움이 되고 있지만, 정작 필요한 건 이 같은 지원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린 자녀를 두고 있는 부모들은 지금의 출산장려 정책보다 오히려 국공립 유치원에서의 돌봄 시간 연장과 향후 아이가 입학했을 때 믿고 맡길 수 있는 돌봄교실의 안정적인 운영이 더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오래 전 자녀를 다 성장시킨 어른들이 당시의 경험을 떠올리며 만든 정책은 시대에 뒤처진다. 

이제는 출산장려정책 개념 자체를 바꿔 현 시대에 맞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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