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는 어디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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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는 어디갔을까
  • 조현경 기자
  • 승인 2020.09.17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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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여기가 끝이 아니다. 노래는 계속된다.

"백두산은 뾰족해, 뾰족하면 고추, 고추는 매워, 매우면 고추장, 고추장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은 뾰족해, 뾰족하면 고추, 고추는 매워, 매우면 고추장, 고추장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은 뾰족해, 뾰족하면 고추, 고추는 매워, 매우면 고추장, 고추장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노래는 계속된다. 반복된다. 무한 반복에 빠진다.

그런데 원숭이가 없어졌다. 노래의 시작이었던 원숭이는 어느 순간 온 데 간 데 없이 사라져 버렸다. 대신 고추장이 원숭이 자리를 꿰차고 말았다.

하지만 사람들은 원숭이가 사라졌다는 걸 그냥 지나쳐버린다. 더 이상 원숭이를 부르지 않는다. 

거리낌 없이 원숭이는 치워놓고 고추장을 부른다. 고추장이 원숭이가 아닌데도 말이다.

어쩌면 사람들은 애당초 원숭이에 관심조차 없었는지도 모른다. 단순히 흥얼거릴 노래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따라 부르기 쉽고 어깨를 들썩일 수 있는 노랫말과 멜로디가 필요했던 건지도 모른다.

오늘도 사람들은 노래를 부른다. 계속 부른다. 무한 반복한다. 그리고 무한 반복에 갇힌다.

"고추장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기차는 빨라, 빠르면 비행기, 비행기는 높아, 높으면 백두산, 백두산은 뾰족해, 뾰족하면 고추, 고추는 매워, 매우면 고추장, 고추장은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바나나는 길어, 길으면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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