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권전오 인천연구원 연구위원

인간은 역사 속 경험을 통해 쉽게 배우는 존재일까? 

근대 이후 인간은 이성적인 존재이고 경험의 축적물인 역사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우며, 미래를 개척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부 학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지적한다. 산업혁명 이후 인간은 본격적으로 자연을 파괴하고 정복해 왔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오염물질을 배출해 지구환경을 오염시켰다. 

이러한 인간의 영향이 집약돼 나타난 것이 기후위기이다. 기후위기가 원인이 되거나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으로, 더 강력해진 태풍과 허리케인, 엄청난 양의 홍수, 길어진 장마, 가뭄과 대형 산불, 지진, 해일, 전염병 등이 전 지구적으로 빈발하고 있다. 기후위기가 촉발한 자연재해는 머지않은 미래에 인류에게 크나큰 피해를 줄 것이다. 

코로나19로 생활이 많이 불편해졌다. 불편한 만큼 우리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코로나19의 원인이기도 한 자연파괴 역사를 되돌아보고 많은 것을 깨닫고 새로운 실천을 하리라 맘먹게 됐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꼭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코로나19 이전에 우리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집중했었다.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이 하천과 바다로 흘러갔고 이것이 햇빛에 분해되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돼 어류를 비롯한 수많은 해양생물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은 우리 먹거리를 위협해 새로운 건강 문제를 야기한다는 지적들이 많았다. 

그런데 코로나19 이후 우리는 엄청난 양의 일회용품을 사용하고 있다. 수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리면서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핑계로 눈을 감고 있다. 그리고 거리에는 수많은 배달용 오토바이가 종횡무진하고 있다. 이들 오토바이들이 언제 전기 오토바이로 전환될지에 대한 논의는 들은 바가 없다. 정부가 조금만 관심을 가져준다면 기술 개발은 어렵지 않을 것이고 보조금을 지원하면 보급도 힘든 일은 아닐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코로나19가 잠잠해진다면 우리는 어떤 사회를 맞이하게 될까? 혹자는 코로나19 이전(BC)과 이후(AC)는 완전히 다른 사회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완전히 달라질까? 아니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까? 침체된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이전에 해왔던 것보다 더 많이 자연을 파괴하고 공해 공장을 더 많이 돌려서 경제 살리기에만 집중할 수도 있다는 걱정이 들었다.

얼마전 프랑스 파리에서 채택됐던 기후협약을 무시하고 다시 탄소를 더 많이 배출하는 사회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여기저기 산마다 터널을 뚫어 더 많은 도로를 건설하고, 더 많은 갯벌을 매립하거나 산을 부숴 공장과 아파트를 짓고자 하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는 것을 생각해본다면 과거로의 회귀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된다. 

그래서 코로나19가 촉발한 어려움을 해소하는 대안을 논의하는 시점에서 정부가 제시한 한국판 뉴딜은 큰 의미가 있다. 한국판 뉴딜 한 축은 디지털 뉴딜로 4차 산업혁명이라는 시대 조류를 반영한 것이고 다른 한 축인 그린 뉴딜은 과거 개발 프레임에서 벗어난 새로운 국가 전환을 통해 우리 미래를 지속가능한 사회로 인도할 것이라 믿는다. 정부가 제시한 그린 뉴딜은 우리나라가 나아갈 큰 방향과 틀이라고 생각된다. 구체적인 내용, 실제적인 이야기는 아직 완성단계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대목에서 인천 시정부와 시민들이 나서야 한다. 디테일이 부족한 그린뉴딜에 시민의 삶과 생활의 질이 담보될 수 있도록 우리 모두 지혜를 모우고 함께 실천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때의 정부 정책으로, 유행으로, 탁상공론으로 사라질 것이다. 정부가 말한 대전환, 패러다임 전환이 우리의 생활문화가 될 수 있도록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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