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천 덩굴 덮여도 써먹지 못한 관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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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천 덩굴 덮여도 써먹지 못한 관리책
생물 다양성 안 보고 제초한 자리 생장 빠른 환삼덩굴 탓 생태 교란
잦은 준설 작업도 환경에 악영향 식생 매뉴얼 있지만 ‘참고용 전락’ 시 "내년 예산 확보해 세부적 수립"
  • 박종현 기자
  • 승인 2020.09.17
  • 18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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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환삼덩굴로 뒤덮여 있는 수원천.
16일 환삼덩굴로 뒤덮여 있는 수원천.

수원 광교산에서 시작해 황구지천으로 흘러드는 도심 하천인 수원천 내 생태환경이 파괴되거나 특정 식물의 우점화(優占化) 현상이 심해지면서 하천 유지 및 관리를 위해 통일된 매뉴얼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우점화는 식물 군락 내에서 어떤 종이 영역을 넓혀 수가 많아지거나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지는 현상을 일컫는다.

16일 수원시에 따르면 수원천은 길이 2.72㎞, 유역 면적은 25.8㎢인 지방2급 하천으로 개망초·환삼덩굴 등 20여 종류의 식생과 각시붕어·돌고기 등 10여 종의 어류가 발견되고 있다. 특히 도심 속 하천으로서 산책로가 조성돼 수많은 이용객들이 찾고 있다.

그러나 하천 통행 불편 해소를 위해 제초를 해 달라는 민원에 생물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제초를 진행하면서 어류나 식물 생태계에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오전 10시께 팔달구 북수동에 위치한 화홍문에서 지동교까지 조성된 약 1.2㎞ 길이의 산책로에는 환삼덩굴이 식생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환삼덩굴은 지난해 7월 환경부로부터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됐다. 빠르게 생장하며 주변 식생들을 뒤덮어 타 생물종의 성장을 억제할 뿐더러 꽃가루 알레르기를 유발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환삼덩굴이 우점화 현상을 보인 주된 이유를 ‘생태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제초’에서 찾고 있다. 시가 하천 내 모든 풀을 짧게 자르면서 생장이 좀 더 빠른 환삼덩굴이 수원천 내부를 채우게 됐다는 것이다.

잦은 준설(하천 바닥에 쌓인 흙이나 암석을 파헤치는 것) 작업 역시 수원천의 생태환경에 영향을 준다. 통상 준설 작업은 비가 적게 올 경우 퇴적토 내 악취를 유발하는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해 진행된다. 이러한 필수요건이 갖춰지지 않은 시기에 이뤄지는 준설은 우리나라의 특산어류인 각시붕어에게 치명적이다. 각시붕어는 모래 안의 민물조개에 알을 낳는 습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 뿐만 아니라 하천 식생 관리에 대한 매뉴얼이 마련되지 않으면서 시 하천관리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하천 유지·관리 방안을 새로 협의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 고윤주 사무국장은 "2013년 수원하천유역네트워크에서 만든 식생 관리 매뉴얼이 있지만 시의 의견이 들어 있지 않았다는 이유로 사용되지 않거나 참고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민원인과 관공서, 환경단체의 의견을 담은 매뉴얼이 완성되면 서로 간 갈등을 없애 줄 뿐만 아니라 궁극적으로 자연과 사람이 공존하는 환경을 만드는 데 쓰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올해 2천여만 원을 들여 매뉴얼을 세우려고 했지만 예산이 더 필요하게 돼 시행되지 못 했다"며 "내년 초 1억 원의 예산을 확보해 하천 유지 및 관리 방안을 담은 매뉴얼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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