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나채훈 삼국지리더십연구소 소장

미·중의 경제 전쟁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군사적 갈등이 날로 첨예해지는 상황에 한국의 외교·안보 등이 한미 동맹에 방점을 둘 것인지 미·중 사이에서 안보와 경제를 따로따로 챙기겠다는 외줄타기에 역점을 둘 것인지 시험대에 오른 건 어제 오늘이 아니다. 어쩌면 지난한 과제이기에 결정을 미루고 좌면우고하고 있는지 모른다. 허나 분명한 건 중국이란 나라가 결코 우리의 안보 생존을 보장할 상대가 아니라는 점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중·인 국경 충돌을 보면 자명해진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중국의 관영 매체는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고 공개 언급했다. 중국 정부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타임스’는 편집장 호석진의 논평에서 "중국은 인도와 전쟁하는 것을 원하지 않고 평화 발전을 추구한다"고 하면서도 "전쟁이 발발할 경우에 대비해 철저히 준비하고 있다. 인도는 중국이 전쟁을 하지 못할 것이라고 오판해서 안 된다. 현재 상황은 인도가 무거운 대가를 치렀던 1962년과 유사하다"라고 했다. 1962년 상황이란 그해 10월, 국경 지대 악사이친 영유권을 놓고 두 나라 사이에 무력 충돌이 벌어져 인도군 3천여 명이 목숨을 잃은 전쟁을 말한다. 

이 전쟁 이후 양국은 국경선을 정하지 못하고 약 3천5백 ㎞에 이르는 실질적 통제선을 경계 삼아 그곳에서는 총기류를 절대로 사용하지 않는 합의를 한 바 있다. 그러나 1975년에 총격전이 있었고, 몇 차례 몸싸움을 하는 불상사까지 가는 대치를 해오다 올해 9월 초 판공호수 부근 선파오산에서 총격전이 벌어지자 탱크와 장갑차, 최신 스텔스 전투기 젠-20까지 배치하는 중국 측의 도발에 맞서 인도는 파팔 전투기 등을 배치했던 것이다. 물론 무력 시위로 양국 간의 긴장이 끝날 가능성은 높다. 

‘뉴욕타임즈’는 "어느 쪽도 전쟁을 원하지 않으나 어느 쪽도 물러서려고 하지 않는다"고 보도했다. 긴장이 높아지겠으나 무력 사용은 않을 것 같다는 의미다. 과연 그럴까? 인도의 NDTV 등 매체들이 보여주는 사진은 섬찍하다. 옛날에나 볼 수 있는 흉기로 무장한 중국군의 모습이다. 그들은 몽둥이와 창, 청룡언월도(靑龍偃月刀 : 삼국지의 영웅 관우 장군이 사용했다고 전해지는 긴 창 끝에 반월도가 달려 있는 무기로 적을 향해 가차없이 내리쳐 상대를 베는 신비의 힘으로 전해짐)까지 들고 있어 분위기가 험악해 보였다. 

미사일이 날고, 이지스함의 첨단 무기에 핵이라는 가공할 무기 체제가 갖춰진 오늘날에 몽둥이와 언월도가 무슨 위력을 발휘할까라고 의문을 갖기 쉽겠으나 그 고대 무기의 상징성은 간단치 않다. 탱크나 스텔스 전투기는 일종의 시위에 그치겠으나 그 고대 무기들은 이미 충돌을 상정한 채비라고 할 수 있다. 오히려 그 고대 무기를 사용하는 충돌은 국가 수호의 폭력에 대항하는 것으로 미화될 수도 있으려니와 심지어는 무예초군(武藝超群 : 그 누구보다 무예가 뛰어나 관성제군으로 추앙되고 마귀로부터 중국인을 지켜주는 수호신으로 중국인들은 언월도의 주인공 관우의 이름 ‘우(羽)’를 발음하지도 않는다) 관우의 뜻을 이어받았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는 관우의 죽음을 둘러싼 손권과 조조 사이에 있었던 이화지계(移禍之計 : 허물을 다른 쪽에 떠넘기는 계략)의 속뜻도 짐작할 수 있다. 중국은 이웃 나라 인도를 손보려하고 있다. 몸싸움을 빙자해 인도군에게 철퇴를 가하려는 것이다. 이는 중국의 전통적 침략 전쟁 DNA라고도 할 수 있다. 세계인의 지탄을 모면하면서 소기의 성과를 거두려는 심산이다. 이웃 나라를 징벌하는 수법으로 치졸하지만 효과 만점의 방법을 쓰려는 것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우리를 경제적으로 괴롭힌 중국의 사례도 충분히 되새겨봐야 한다. 이웃일수록 중국에게는 좋은 먹잇감이다. 우호친선, 평화발전을 앞세우지만 그건 구호탄에 불과하다. 고대 무기의 등장을 히말라야 산맥 일대에서 벌어지는 중국군과 인도군의 몸싸움으로 봐서는 결코 안 된다. 단순한 해프닝으로 여길 가능성이 큰 세계의 선진국들 언론이 토해낼 많은 이야기가 그저 그렇고 그런 싸움이라고 봐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잠무카슈미르(인도령), 악사이친(중국령)을 둘러싼 중·인 국경 갈등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에 타산지석(他山之石)으로 삼는 혜안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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