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은 바다와 함께 성장한 해양도시다. 1883년 인천항 개항과 함께 세계의 바다는 인천으로 통했고 서양의 새로운 문물 역시 인천항을 통해 국내로 전파됐다. 또 인천의 갯벌은 세계 5대 갯벌로 꼽히며 우리의 자랑이 되고 있다. 무엇보다 10개 자치구 중 부평과 계양을 제외한 8개 자치구가 바다와 접해 있을 정도로 인천은 어느 도시보다 바다와 친숙한 곳이다. 당연히 해양도시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다. 그럼에도 정작 시민들이 바다를 만지고 접할 곳은 많지 않다. 

섬 지역과 인공으로 친수공간을 조성한 월미도를 제외하면 인천은 철책이나 미관 펜스가 바다를 가로막고 있다. 어느 도시보다 바다를 쉽게 볼 수 있지만 어느 시민에게도 바다가 허락되지 않는 도시가 바로 인천이다.  그런 까닭에 해안선을 끼고 도시를 흉물스럽게 감싸고 있는 철책선을 철거해야만 시민에게 바다를 온전하게 열어줄 수 있다는 게 일반적인 중론이다. 그럼에도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됐던 철책 철거는 예상보다 더디다. 진행 속도가 마치 나무늘보만큼의 행보 같다. 

당초 시는 지난해 4월 남동산단 해안도로 철책(2.4㎞) 철거를 시작으로 올해까지 12개소 총 49.81㎞의 철책을 철거하고자 했으나 그 가운데 17.54㎞만 부분 철거 또는 완전 철거됐을 뿐이다. 나머지 구간은 국방부가 안보를 위한 감시 장비 기반 보강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어 사업이 늦어진다고 한다. 결국 철책선 철거가 늦어지는 것은 인천시가 주도하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매번 국방부나 군부대 협의를 통해야만 가능하다는 게 이유다. 그나마도 남동산단 해안도로 철책선 철거는 시가 자체 예산을 들였기 때문에 조기에 철거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안보가 우선되는 상황에서 철책선 철거는 인천 단독으로 시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 예산 확보도 그렇지만 당장 국방부 등의 협조를 받기도 쉽지 않다고 한다. 철책선이 있어서 도시발전이 안되거나 시민들이 불편한 것은 아니다. 단지 보기 싫다는 것이지만 철책선이 주는 억압과 단절의 이미지는 도시의 미래를 생각할 때 그것 이상이다. 그렇게 해안철책선은 한국전쟁 70년이 지난 지금까지 우리에게는 묵직한 울림이 되고 있다. 시민에게 온전한 바다를 돌려주기 위해 안보 걱정이 해소된다면 하루라도 빨리 철책선을 걷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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