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호일보=디지털뉴스부] 그것이 알고싶다 공식계정인 ‘그알 캐비닛’에서 공개한 수지김 간첩조작사건의 전모가 화제다.

앞서 공개된 ‘그알 캐비닛 EP. 25’편 ‘아내가 간첩이었다? 누가 그녀를 죽였나, 수지김 간첩조작사건’제하의 방송은 2000.2.12 ‘그것이 알고싶다 303회’와 2001.11.24. 385회 방송분을 재편집 한 것으로 사업가 윤 모씨의 아내 김옥분 씨의 기구한 운명이 전파를 탔다.

당시 방송에 따르면, 윤 씨의 아내 김옥분 씨는 홍콩에서 수지김으로 불렸으며, 1987년 홍콩 침사추이 자신이 살던 아파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발견 당시 수지김은 베갯잇으로 얼굴이 가려져 있었고 목에는 허리띠가 감긴 상태로 침대 매트리스 아래에 반듯하게 누워 있었다.

홍콩경찰은 이 사건은 살인사건으로 생각학 수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당시 홍콩 결찰 수사 책임자 스테픈 태런트는 “그녀의 이름은 김옥분이었다. 얼굴에는 배게 커버가 씌워져 있고 목에는 허리띠가 감겨 있었다”면서 “검시관은 사인이 교살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고 우리는 이 사건을 살인사건으로 보고 수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사실은 국내에서는 전혀 다르게 알려졌다.

수지김 발견 17일 전인 1987년 1월 9일 수지김의 남편인 윤 씨가 홍콩에서 싱가포르 북한대사관으로 납치됐다가 탈출에 성공했다는 기사가 대서특필 됐다.

남편 윤 모씨는 “너무 무서워서요. 말을 못 하겠어요”라며 울먹였고 이 사건은 북한이 미인계로 윤 씨를 납북시키려 했다는 것으로 수지김이 북한 공작원으로 밝혀졌다.

두 사람이 만난 건 사건 발생 6개월 전으로 윤 씨가 사업을 위해 홍콩에 방문했을 당시 머물기 위한 방을 구하러 다니던 차에 교포의 소개로 방을 얻게 왰고 이 집주인이 수지김이었다.

이후 1987년 1월 2일 밤 그들이 사는 아파트에 일본말을 쓰는 낯선 남자 두 명이 찾아왔고, 수지김은 윤 모씨에게 ‘담배를 사다달라’고 부탁해 담배를 사오니 괴한과 수지김 모두 없어졌다.

윤 씨가 보기에 조총련으로 보이는 낯선 남자 중 한 명이 다음 날 다시 찾아와 ‘수지김이 거액의 빚을 져서 찾아왔다’고 말했다고 한다.

윤 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기 와이프를 술집에 팔겠다고 하는데 그 말에 안 갈 사람은 아마 없었을 거에요. 남편이라면”이라고 말했다.

그다음 날 윤 씨는 아내가 잡혀있다는 싱가포르로 이동해 그곳에서 수지김의 친구를 만나 샹그릴라 호텔로 갔고 다음 날인 1월 5일 그 여성이 다시 찾아와 주소가 적힌 메모지를 전달했다.

메모지에 적힌 주소는 북한대사관이 있는 주소로 윤 씨는 그곳으로 갔고 북한대사관에서는 윤 씨에게 망명을 강요받았으며 아내에 대한 정체를 알게 됐다고 한다.

두려웠던 윤 씨는 기회를 틈타 탈출에 성공해 택시를 타고 무작정 한국대사관으로 이동했다고 방송에서는 밝혔다.

윤 씨는 “북괴의 마수에 완전히 걸려들었다는 생각을 했다”면서 “내가 살았다는 생각에 기쁜 마음은 없고 반공은 바로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반공을 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인터뷰에서 말했다.

그때까지 드러난 수지김의 행적은 일본을 자주 드나들던 수지김은 조총련에게 포섭이 됐고, 당시 사업자금으로 윤 씨에게 준 5백만 엔이 조총련에서 받은 공작금이라고 윤 씨는 주장했다.

여기까지 사건의 실상은 ‘여간첩 수지김이 북한의 지령을 받아 남편을 납북하려 한 사건’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13년 후 김옥분 씨의 오빠가 “지난 세월, 13년 동안 살아온 세월이 너무나 억울하다”면서 “내 동생 죽은 것도 억울한데 그것도 모자라서 간첩으로 몰아서 말입니다. 우리 집(가족들)의 누명을 벗겨 주세요”라며 수지김이 간첩이 아니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방송에서는 수지김의 억울한 부분을 이어지는 장면에서 밝혔다.

1987년 1월 26일 신고를 받고 수지김의 아파트로 출동한 홍콩 경찰이 침대 매트리스 밑에서 살해된 수지김의 시신을 발견했다.

먹던 밥까지 그대로 있던 것으로 미루어 수지김을 살해한 범인은 수지김과 상당히 잘 아는 관계로 추정되는 가운데 당시 홍콩 경찰 수사 책임자인 스테픈 태런트는 “김씨는 사체 발견 3주 전에 사망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마 그 이상 오래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시신 발견이 1월 26일이고 홍콩 경찰이 밝힌 사망 추정시간을 되짚어 본 결과 수지김이 살해된 것으로 추정된 날짜는 1월 5일 이전으로 윤 씨가 마지막으로 수지김을 본 것이 2일이라고 했으므로 2일에서 5일 사이 살해된 것으로 내다봤다.

스테픈 태런트는 “1987년 1월 2일 저녁, 김 (옥분)씨는 자신의 집에서 목격된 것을 마지막으로 시체가 발견된 1월 26일까지 아무도 그녀를 보지 못했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당시 표창원(현 국회의원) 범죄심리학자는 수지김의 얼굴에 베개커버가 씌워져 있었던 점을 들어 “살해사건에서 피살자의 얼굴을 가리는 행위들은 관계가 배우자나 동거인이거나 상당히 오랜 기간 관계를 유지했던 사람에게서 그런 사람들이 피살자일 경우에 많이 나타나고 있는 경향”이라고 범인이 아주 가까운 사이였음을 피력했다.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홍콩 경찰이 남편 윤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봤다고 강조했다.

스테픈 태런트는 “그동안 홍콩 결찰은 그(윤 씨)와 한 번도 연락하거나 수사를 할 수 없었다”면서 “1987년 2월부터 우리는 한국 정부에 윤 씨를 찾아주거나 혹은 우리가 직접 한국에 가서 그를 만날 테니 그의 신병을 확보해 달라고 했으나 그들(한국 정부)은 우리를 전혀 돕지도 않았고 돕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고 설명했다.

또, “수지김을 마지막으로 본 사람이 윤 씨이며 수지김이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날짜를 전후로 홍콩에서 출국했다”면서 “만약 윤씨가 아내를 죽이지 않았다면 우리는 범인이 누구인지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홍콩 경찰이 윤 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본 이유는 수지김의 주변 사람들의 증언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방송에서 수지김의 친구 박 모씨는 “죽기 며칠 전에도 싸워가지고 얼굴이 다 멍들고 그랬었다”고 주장했고 당시 두 사람의 만남을 주선했던 김 모씨는 “윤 씨가 사업을 한다고 그래서 다 투자를 해서 그 돈(수지김의 돈)을 다 소비한 거로 알고 있다”면서 “그것이 발단이 돼서 언쟁이 붙고 싸워서 그렇게 된 거로...”라고 말했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은 싱가포르로 가기 전 윤 씨의 수상한 행적을 파헤쳤다.

당시 홍콩주재 한국영사관 관계자는 “싱가포르로 떠가지 직전에 필리핀계 가정부를 찾아가 ‘이제 우리 집에 올 필요가 없으니까 키를 달라’면서 가정부에게 또 다른 열쇠가 있지 않을까 확인까지 했다”고 밝혔다.

또, 수지김을 찾으러 싱가포르로 가는 비행기표를 일등석 편도로 끊어 아예 돌아오지 않을 생각을 한 것은 아닐까 의심했다.

마침내 밝혀진 수지김 간첩조작사건의 전모가 밝혀졌다.

그것이 알고싶다 제작진이 밝힌 내용에 따르면, 수지김 살해 후 두려워진 윤 씨는 자진 월북을 계획하고 홍콩을 떠나 싱가포르 북한대사관을 찾아갔지만 윤 씨를 조사한 북한대사관에서 돌려 보냈고 월북을 할 수 없게 된 윤 씨가 미국대사관을 찾았지만 미국대사관은 윤 씨를 한국대사관으로 인계하고 그 후 윤씨는 살해 혐의를 피하고자 아내가 간첩이었다는 시나리오를 지어냈다.

이는 당시 홍콩주재 한국영사관 관계자의 전화 통화로 확인된 내용이다.

이 관계자는 “그X이 죽이고 나서 싱가포르에 가서 북한에 가서 북한대사관을 쫓아갔어요. 북한대사관에서 가만히 보니까 이용 가치도 없고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빨리 가라’고 했다”고 전했다.

영사관 관계자 “그 당시에는 윤태식이라는 X이 재일교포, 조총련하고 어쩌고 저쩌고 해서 쇼를 꾸몄다”고 덧붙였다.

이 모든 사건의 시나리오가 바로 수지김을 살해한 윤씨의 거짓말로 밝혀지면서 15년이라는 세월을 김옥분 씨는 수지김으로 죽어서도 살아야만 했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