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한 공모가 불러온 역습
상태바
미흡한 공모가 불러온 역습
  • 정진욱 기자
  • 승인 2020.09.21
  • 10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I·SEOUL·U.

 이 문구는 서울시가 지난 2016년부터 시를 상징하는 대표 브랜드로 사용하고 있는 슬로건이다. 사용된 지 4년이 흐르면서 이제는 익숙해질 만도 하지만 여전히 문맥상에서 느껴지는 어색함은 여전하다. 문법에 맞지 않는 영어 문구를 억지로 배치해 ‘나와 당신 사이에 있는 서울시’라는 의미를 부여해 활용하고 있지만, 이 브랜드를 처음 보는 외국인들은 도대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파악을 하기 어렵다고들 한다. 오죽했으면 당시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같은 당 소속이자 홍보브랜드 전문가 출신이던 손혜원 의원이 부끄럽다고 표현했을까. 

 이 브랜드는 서울시가 서울브랜드추진위원회를 구성해 시민공모전을 통해 최종 결정된 사안이다. 박 전 시장은 최종 결정까지 많은 비판이 제기된 데 대해 시민들의 의견이 그러한데 어쩌겠냐면서 브랜드 변경을 밀어붙였다. 박 전 시장이 떠난 현재로서는 차기 서울시장의 임기 동안 또다시 변경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내년 도 청사 이전과 맞물려 광교융합타운에 건설이 추진되고 있는 경기도 대표도서관 명칭을 최근 공모와 선호도 조사를 통해 ‘경기도서관’으로 정했다. 이 명칭은 지난 7∼8월 사이 공모에 제출된 2천678건 중 20개를 추려 선호도조사를 실시해 최종적으로 경기도서관으로 명명됐다. 하지만 공모를 통해 정해진 ‘경기도서관’의 명칭이 앞으로 공식적으로 활용될 것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걱정이 든다. 

 고유한 성격의 단어가 부여되지 않고 경기도와 도서관을 붙여놓은 것에 불과한 내용으로 결정되면서 앞으로 이용자들은 물론 도서관 종사자들의 혼동이 불가피해 보인다. 도내 있는 수천 개의 크고 작은 도서관 역시 경기도서관이지 않은가. 공공건축물로는 이례적으로 별칭도 부여했는데 설계상 이미지와 비슷하다는 이유로 ‘달팽이도서관’이 됐다. 

 이런 결과라면 굳이 공모를 통해 결정이 이뤄졌어야 했을까. 1천 년 역사 끝에 다시 새로운 천년과 미래 세대를 위해 짓는 경기도 대표도서관이 행정편의를 위해 가칭으로 붙여놓을 법한 명칭으로 불리게 된 것은 섣부른 공모가 불러온 역습이 될 수 있다. 경기도는 얼마 전 ‘경기도+시공사’와 같은 느낌에서 벗어나겠다며 경기도시공사 공식 명칭을 경기주택도시공사로 변경하지 않았던가.

기호일보, KIHOILBO

▶디지털 뉴스콘텐츠 이용규칙 보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