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가 나온 지 19일로 2주년을 맞았다. 2018년 9월 18일부터 20일까지 3일간 평양에서 개최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은 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세계사적 사건이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백화원 영빈관에서 평양공동선언문에 서명하던 모습은 감동 그 자체였다. 한반도에서 평화의 흐름은 아무도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이자 큰 물결이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2주년을 기념해야 할 지금 이 순간 남북관계는 허망하고도 참담한 상황에 놓여 있다. 금방 통일이라도 될 듯 했던 당시의 분위기와 열기도 잦아든 지 오래다. 오히려 한반도 평화의 시계는 그날 이전으로 되돌려졌다. 북이 지난 6월 대북전단 살포를 구실로 연락채널 전면 차단과 개성연락사무소 건물 폭파 등을 강행하면서 긴장이 지속되고 있다. 9·19 평양공동선언과 군사합의서는 한반도 평화 이정표가 된 소중한 자산이며 묵혀두기에는 귀중한 합의 내용들이 적지 않다. 

먼저 공동선언은 4·27 판문점선언을 한 단계 더 발전시켜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구체적 실행 계획들을 제시하고 담았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북한의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 영구 폐기 등 완전한 비핵화 구현 방안을 비롯해 개성공단 및 금강산관광 정상화, 연내 철도 및 도로 연결 착공, 이산가족 상봉 정례화 등 남북협력 방안도 담았다. 또한 남북 군사합의서는 상호 불가침 합의에 준할 정도로 실질적 진전을 이뤘다고 할 수 있다. 비무장지대 내 감시초소 시범철수를 비롯해 육해공에서 모든 적대행위 중단 등 세부안을 담아 남북 간 우발적 무력충돌을 방지하는 장치를 마련했던 것이다. 

하지만 2년이 지난 지금 9·19 평양공동선언과 남북 군사합의서에 담긴 취지와 정신을 무색케 하고 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관계 복원을 위한 노력을 외면하며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북한이 속내를 드러냈듯 문재인 정부가 남북 간의 문제마저도 미국의 눈치만 보고 있어 남북 관계가 진전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불신의 주된 요인이다. 하지만 북한 당국은 남한 당국의 현실적 한계도 헤아려야 한다. 남북이 평양선언 2주년을 한반도 평화의 새로운 출발점으로 삼기를 기대해 본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