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기 인천중부소방서장
김성기 인천중부소방서장

민족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예년 같으면 추석 연휴기간 동안, 가족과 친지들이 모여 음식을 나눠 먹고 선물을 주고 받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질 생각으로 들떠 있겠지만, 지난 겨울에 시작된 코로나19 영향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돼 이번 추석에는 여느 때와는 다른 모습이 될 수도 있겠다. 코로나19 감염자가 획기적으로 감소되지 않으면 이번 추석연휴 기간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개인 주거시설에서 시간을 보내게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야외가 아닌 실내 주거공간에 사람들이 생활하는 시간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화재가 발생했을 때 많은 인명피해를 야기시킬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방청 자료에 의하면, 최근 8년간 주택에서 발생한 화재 사망자는 전체 화재 사망자의 47%(연평균)로 약 2명 중 1명이 주택에서 화재로 사망하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주택에서 화재 발생 원인을 살펴보면 부주의(54%), 전기적 요인(22%) 순으로 부주의에 의한 화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우리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편하게 쉬어야 할 공간이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불안전한 장소인 것이다.

1931년 미국 보험 회사의 관리 감독자였던 허버트 윌리엄 하인리히(Herbert Willian Heinrich)가 펴낸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 이라는 책을 보면 산업재해가 발생해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이 나온다는 ‘하인리히 법칙’을 발표했다. 이 법칙은 큰 사고나 재해가 발생하기 전에는 반드시 그와 관련한 경미한 징후들이 여럿 존재한다는 법칙인데 이것은 비단 산업재해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주택에서의 화재 발생 원인 대부분이 부주의로 나타나고 있고 부주의한 행동들이 계속되면 화재로 이어져 대형 인명피해를 발생시킬 수 있다. 부주의에 의한 화재를 저감하기 위해서 정부와 각 시도에서는 코로나19 시대에 발맞춰 SNS 및 온라인을 통한 비대면 소방홍보 활동 및 교육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법적 안전장치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 법적 안전장치가 바로 주택용 소방시설이다. 

주택용 소방시설은 단독경보형 감지기와 소화기로 구성되는데, 단독경보형 감지기는 화재가 발생할 경우 큰 소리의 경보음으로 화재 발생 사실을 알려주어 신속한 대피를 할 수 있게 하고 소화기는 초기 소화를 가능하게 해줘 소중한 재산 피해를 줄여주는 역할을 한다. 게다가 이 주택용 소방시설은 가격도 저렴하고 설치법도 간단해 누구나 쉽게 설치할 수 있다.

그런데 지난 2017년 2월부터 아파트를 제외한 모든 주택에 주택용 소방시설을 설치하도록 하는 ‘화재예방, 소방시설 설치·유지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을 개정해 의무화했으나, 법적 강제력이 없고 시민의 안전의식 및 홍보 부족 등으로 설치율은 56%에 불과한 실정이다. 매년 명절이 다가오면 소방서에서 ‘고향집 주택용 소방시설 선물하기’ 캠페인을 통해서 주택용 소방시설 설치를 독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시대에 가장 많이 생활하는 공간에 나와 가족, 이웃을 위해 고향집은 물론 본인의 집도 다시 한 번 살펴 ‘주택용 소방시설’이라는 작지만 소중한 안전시설을 갖춰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우리 속담처럼 안전하고 행복한 추석 연휴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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