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구 청운대 영어과 교수
김상구 청운대 영어과 교수

부모의 자기 자식에 대한 사랑이 도를 넘거나 무분별할 때 타인의 저항을 불러온다. 누구나 자식에 대한 사랑은 깊고 넓지만 스스로 자중하기 때문이다. 오래전 MBC에서 방영됐던 ‘우정의 무대’에서 사회자 이상용은 그 프로그램 마지막에 어머니를 등장시켜 많은 병사들의 눈물을 자아냈다. 건장해 보였던 병사들도 무대 뒤 어머니의 목소리에 눈물을 글썽인다. 며칠 휴가를 받아, 어머니를 업고 퇴장하는 병사의 모습에 모두 힘찬 박수를 보냈다. 

그러면서도 마음속으로 조용히 자신의 어머니를 떠올렸다. 어머니는 모든 인간의 첫사랑의 대상이다. 어머니의 눈빛을 바라보며, 목소리를, 심장 소리를 들으며… 어머니는 모든 아이의 우주다. 프로이트에 의하면 인간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거친다. 문명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기에 태어난 아이는 엄마 없이 생존하기 어려웠다. 엄마의 숨소리를 들으며, 말을 배우고, 엄마의 모든 것이고 싶었던 아이는 차츰 사랑의 경쟁자가 옆에 있음을 알게 된다. 

아버지다. 파라다이스 같았던 어머니의 가슴에서 떨어지라는 아버지의 눈빛은 강력하다. 어머니와 짝사랑을 단절하지 않으면 ‘거세(castration)’시키겠다는 위협이다. 더 이상 그곳에 머물지 못하는 것이 아쉽지만, 아이는 엄마 곁을 떠나 ‘아버지의 법’이라는 세상의 질서로 편입해야 한다. 아이는 힘들지만 세상의 질서를 배우며, 세상의 법칙을 따라 삶을 살아가야 한다. ‘사회화(socialization)’다. 

힘들고 지칠 때 ‘엄마야!’를 자신도 모르게 외치는 것은 무의식중에 가장 편안했던 어머니의 가슴을 그리워하고 있기 때문인지 모른다. 몸은 어른이 됐지만 정신세계는 아직 어머니의 가슴에 의지하는 사람이 많다. 결혼을 하고 직장을 얻어서도 엄마에게 의지하고, 엄마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헬리콥터 맘(helicopter mon)’들도 많다. 우스갯소리로 첫날밤에 아내의 오른쪽에서 자야 하는지 왼쪽에서 자야 하는지 엄마에게 카톡하는 아들도 있다고 한다. 아이에 대한 어머니의 지배가 강력할수록 아들의 정신적 성장을 방해하는 모습을 잘 그린 소설이 있다. 

로렌스(D,H Lawrence)의 ‘아들과 연인들(sons and Lovers)’이다. 아들의 성장과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소설이다. 프로이트의 이론을 증명해주는 소설 같기도 하다. 주인공 폴(Paul)은 어머니의 기대와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한다. 그러나 남편과의 관계가 좋지 않은 어머니는 첫아들을 잃자 둘째 아들 폴에게 더욱 사랑을 쏟으며 그가 그녀 삶의 모든 것이 된다. 남편이 술 마시고 폭력을 행사할수록 아들과 어머니는 정신적으로 더욱 한 몸이 돼 간다. 폴은 어머니의 부족한 무엇을 채워주고 싶어 한다. 폴은 미리엄이라는 애인을 만나도 엄마가 끌어당기고 있는 힘이 강력해 사랑의 결실을 맺지 못한다. 정신적 사랑을 강조했던 미리엄에게 그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두 번째 애인 클라라를 만나 육체적 관계에 빠지지만 금방 허무해지고 진정한 사랑을 느끼지 못한다. 아들의 애인에 질투를 느끼는 엄마가 뒤에 있어 아들의 성장에 방해물이 된다. 아들을 강력히 지배하는 어머니가 아들의 미래를 다 먹어치우는 ‘게걸스러운 맘(devouring mom)’이 될 수 있음을 이 소설은 보여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문제로 세상이 시끄럽다. 국회에서 답변하다가 울컥하기도 하고 아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는 추장관의 모습을 볼 때 아들에 대한 사랑이 깊어 보인다. 그러나 그 깊은 사랑이 병역문제에 도를 넘었느냐 아니냐가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즉, 권력자인 어머니의 아들에 대한 사랑이 타인들에 비해 정의롭고 공정했는지를 사람들은 묻고 있다. 아들의 머리 위를 떠돌며 아들의 일거수일투족을 주시하는 ‘헬리콥터 맘’은 언젠가 아들의 미래를 모두 집어삼키는 ‘devouring mom’이 될 수 있음을 로렌스는 보여주고 있다. 어려운 ‘소설 쓰느라’ 수고한 로렌스에게 새삼 감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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