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가 경색되면서 외국인이 바라보는 DMZ도 평화의 상징보다는 전쟁의 아픈 기억을 담고 있는 공간으로 더 크게 인식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20일 경기연구원에 따르면 8월 1일부터 11일까지 진행한 ‘2020년 DMZ 인식 설문조사’ 결과, 외국인 43%는 2015년부터 DMZ를 인지한 경우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한국(서울·경기·인천·강원), 중국(홍콩·선전), 독일(베를린·그뤼네스반트 접경지역)과 아일랜드(아일랜드공화국·영국 북아일랜드)의 총 1천 명 외국인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조사 결과, 외국인은 대체로 2000년에 DMZ를 인지하기 시작, 2015~2019년 5년간 인지율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이 같은 결과에 대해 DMZ에서 정상회담과 이벤트가 증가해 단기간에 글로벌 이미지를 확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DMZ 가치는 2019년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은 가운데 생태자원, 평화 상징의 가치가 약간 낮아지고 경제자원 가치는 소폭 증가했다. 이는 비핵화 협상 교착, DMZ 활용에 대한 실용적 관점이 다소 높아진 것으로 추정된다.

DMZ 최초 연상 키워드는 2019년과 달리 ‘전쟁’이 대폭 증가하고 ‘평화’는 감소했다. 이는 2019년 판문점 북미 정상회담 등 DMZ를 둘러싼 국내외 정치적 변화에 의한 단기적 인식 변화로 판단된다.

한국 방문 경험이 있는 외국인 응답자의 DMZ 접경지역 방문율은 71.8%로, 40.0%인 한국인에 비해 1.8배 높다. 보고서는 적극적으로 홍보하면 DMZ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외국인들은 최근 정세 변화를 고려한 한국에 대한 최초 연상 키워드로 평화와 통일, 전쟁, 위험, 분단 등을 꼽아 한반도가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정훈 북부연구센터장은 "설문조사 결과 DMZ는 휴전 67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쟁과 분단 이미지가 강하며, 특히 한강하구와 같이 중요한 장소에 대한 인지도가 매우 낮아 ‘인식의 분단’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므로 역사 복원과 체험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욱 기자 panic82@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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