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재 경인교대부설초교장
오정재 경인교대부설초교장

코로나19 상황이 언제까지 갈지 단언하기 어렵지만 전문가들의 예상으로는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신문에는 연일 원격수업 부실 논란에 대한 기사가 실리고 있다. 교육부는 21일 수도권 등교 수업을 재개하면서 실시간 쌍방향 수업 확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경인교육대학교 부설초등학교(경인교대부설초)는 3월부터 쌍방향 화상 시스템을 활용한 원격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8년부터 교사들은 SW 역량 강화 연수와 웹캠, 마이크, 전자교탁, 교사용 1인 노트북, 영상 제작 스튜디오를 갖춘 메이커 교실, 스마티움 교실 등 정보화 시설 및 기기 구축을 통해 미래교육을 대비했다. 학생들도 학교의 교육 방향에 따라 가정에서 정보화기기를 갖추고 교육 활동에 참여했다. 이러한 사전 준비로 2020년 3월 27일 인천시교육청으로부터 원격교육 시범학교로 지정받을 수 있었다.

경인교대부설초는 교육과정 전면 재구성을 통한 프로젝트 수업을 실시하고 있어 학생 중심 교육 활동이 비교적 활발한 학교다. 구글 클래스룸을 기반으로 jamboard(온라인 의견 공유 게시판), padlet(실시간 소통이 가능한 온라인 협업도구), 사이트 도구(온라인 발표 제작 도구) 등 구글 어플리케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학생간 토의·토론 수업을 위하여 학급방과 모둠방을 만들고, 학생들은 모둠방에서 Jamboard와 Padlet을 활용해 자료와 의견을 모아 사이트 도구를 통해 발표 자료를 정리하고 다시 학급방에 모여 자신들의 의견을 공유한다. 

원격수업을 통해서 얼마든지 모둠 활동과 토의·토론 수업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수업 결과물을 종합해 프로젝트 발표회를 실시하는 등 쌍방향을 활용한 프로젝트 수업을 전개하고 있다.

쌍방향 화상 시스템을 단순히 프로젝트 수업에만 활용하는 것은 아니다. 교사들의 원격수업 역량 강화를 위한 공개수업, 교사연수, 회의, 수업 워크숍, 교육실습생 지도, 학부모 안내 연수 등 학교의 교육 활동에 쌍방향 화상 시스템을 전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한 코로나19로 국제 교류가 어려운 시기에 필리핀 한국국제학교와 화상교류도 이뤄지고 있다. 6월 인천을 홍보하는 국제교류 수업을 시작으로 인천과 필리핀 문화를 이해하는 교류가 지속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상황에서도 다른 나라 학생들과 교류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 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학생들의 자치 활동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9월 7일과 8일에는 2~6학년 학급 정·부회장 온라인 선거도 실시했다. 학생들은 후보 추천, 소견 발표, 투표로 이어지는 전 과정을 구글 클래스룸과 구글 애플리케이션을 기반으로 한 쌍방향 원격 시스템으로 경험했다. 

이를 위해 교사들은 2~3주 전부터 온라인 투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직접 시뮬레이션을 하는 등 사전 준비를 철저하게 했다. 선거 이후 자치 활동 역시 이 시스템을 활용할 것이다.

원격수업으로 커진 학습격차로 기초학력 저하 문제가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교사들은 1:1 쌍방향 맞춤 지도, 전 학급 쌍방향 화상 학습 멘토링 프로그램 운영으로 학생들의 기초교육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등교 수업 미실시와 통학 거리로 인한 방과 후 학습 지도의 어려움을 쌍방향 원격수업으로 해결한 것이다. 쌍방향 학생 맞춤 지도 과정을 학부모도 함께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어 공교육을 신뢰할 수 있는 단초가 되고 있다. 물론 학생들에게 인성과 사회성 교육이 보완돼야 한다.

경인교대부설초가 특별한 학교라 이러한 교육활동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교사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도 학생을 교육할 준비가 돼 있다. 

다만 아직 학교와 가정에 쌍방향 원격수업을 위한 기반이 갖춰져 있지 않을 뿐이다. 학교와 가정에 웹캠과 마이크, 노트북, 패드 등 정보화 기기와 안정적인 네트워크 시스템이 갖춰진다면 등교수업에 버금가는 원격수업은 충분히 가능하다. 이러한 기반은 정부에서 빠른 시간 내에 마련해 줘야 한다. 경인교대부설초의 원격수업 사례는 코로나19 상황에서 공교육에 던져주는 긍정적인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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