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피는 2천200선에서 출발했다. 이것이 3월 19일에는 1천457.64가 됐다. 코로나19 패닉으로 10년 8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이다. 6개월이 지난 지금은 전혀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코스피 지수가 18일 기준 2천412.40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해소되지 않았는데도 1천 포인트 가까이 급반등한 것이다. 그때와 다른 건 풍부해진 유동성이다. 제로금리(기준금리 0.5%) 시대로 접어들었고, 한미 통화스와프 체결로 환율 불안이 줄어들었으며, 환매조건부채권(RP)과 국고채 매입 등 소위 ‘한국판 무제한 양적완화’가 시행됐다. 

증시에 대한 정부의 자세 변화도 한몫했다. 당정 차원에서 추진된 ‘주식 양도소득세 확대’ 계획이 알려지며 논란이 일기 시작했을 때, 문재인 대통령이 "세수 감소를 다소 감수하더라도 소액 개인투자자들의 건전한 투자를 응원하고 투자 의욕을 살리는 방안이 돼야 한다"며 직접 제동을 걸었다. 결국 금융세제 개편안은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선을 기존 2천만 원에서 5천만 원으로 올리고, 거래세 인하 시기도 1년여 앞당기는 ‘개인투자자 친화적인 방향’으로 수정됐다. 

이렇게 제로금리 기조와 증시 친화적 정책에 부동산 규제까지 겹치자, 갈 곳을 잃은 돈이 증시로 몰렸다. 지난 6개월간 외국인 투자자는 14조9천535억 원을 순매도했는데, 개인투자자는 26조986억 원을 순매수했다. 한마디로 외국인 투자자의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내면서 증시를 끌어올린 것이다. 문제는 이렇게 쌓아 올린 공든탑이 빚투(빚내서 투자)로 만든 모래탑이라는 점이다. 증권사가 대출해준 신용융자가 17조6천억 원(9월 15일 기준)에 육박하고, 5대 은행의 신용대출도 10조 원(3~8월 간) 넘게 증가했다.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주가는 기업 실적이 좋거나 혹은 성장가치가 높을 때 올라가는 것이다. 우리 증시가 OECD 최상위권에 해당될 정도로 높게 상승한 원인도 풍부한 유동성, 증시 친화적 정책과 함께 ‘투자할 가치가 있는 대상’이 존재했기 때문이다. 성장 가능성과 경쟁력을 겸비한 바이오·배터리·IT·게임 산업이 대표적인 예다. 이러한 기업들이 혁신과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되풀이되는 얘기지만 규제철폐, 노동개혁, 구조조정에 집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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