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의 심부름꾼을 자처하는 이장은 주민들에게 매우 중요하고 존중 받아야 할 귀한 존재다. 따라서 이들의 헌신과 봉사에 대한 보상도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시골의 이장은 마을에서 태어나고 자란 ‘토박이’가 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세월이 지나며 귀농귀촌을 통해 새롭게 이주해온 사람이 이장을 맡는 경우도 늘고 있다. 이장은 한 마을을 대표해 관공서와 소통창구 역할을 충실히 해왔다. 반면 이 못지 않게 지역에서 다양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사익을 취하는 등 역기능도 커지고 있다. 마을 이장은 군수나 조합장 등 선출직 단체장과 소통하고 어필할 수 있는 명분이 커지는 만큼, 지혜로운 처신 또한 반드시 필요해 보인다. 

특히, 읍·면의 이장협의회나 지역 전체 연합회장을 맡을 경우 군수와 공무원, 사회단체장 등과 긴밀하게 지낼 수 있는 나름의 특권(?)도 생긴다. 군수에게 마을 이장의 마음을 얻는 것은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 할 수 있다. 우호적인 유권자가 많아야 재선과 3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고 이 대목에서 마을이장 역할은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군수는 이장을 통해 마을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소식들까지 꿰뚫어 보며 민의를 반영하거나 평판을 체크하고 관리할 수 있다. 또 마을이장은 인허가 및 발전기금 문제 등 가끔 불미스러운 일에 연루되거나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도 생긴다. 또한 종종 원주민과 이주민들 사이에 갈등을 야기하는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귀농귀촌을 위해 토지를 매입하거나 주택을 짓는 등 시골생활을 준비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원주민들과 관계를 형성해 나가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다. 

원주민 입장에서는 오랜 세월 정과 의리로 뭉쳐 기존 주민들과 친밀도가 높은 편이며 촌사람 특성상 명확한 사유재산 개념 등이 적은 편이다. 반면 도시민들은 내 땅, 울타리, 경계 등 사유재산에 대한 명확한 부분이 크기에 원주민들과 정서적인 측면에서 갈등과 대립이 생기곤 한다.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중간자 입장에서 마을 이장 역할은 상당히 중요하다. 

따라서 원주민과 이주민 구분없이 조화롭게 마을공동체에 녹아들며 상생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군수와 주민들 사이에 정치적인 논리가 아닌 마을 발전과 주민들의 입장에서 지혜로운 판단과 처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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