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25년 예정된 수도권매립지 종료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지는 분위기다. 매립지 종료 이후를 준비해야 할 대체매립지 조성은 수도권 4자 협의체 참여기관들의 비협조로 골든타임을 넘긴 지 오래다. 매립지라는게 하루아침에 뚝딱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부지 선정은 물론 주민들의 동의와 행정 절차까지 고려한다면 6년~7년은 족히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그럼에도 이제 남은 시간은 5년에 불과하다. 온 힘을 기울여도 부족한 판에 대체매립지 조성을 위한 기본적인 협의조차 진행되지 않고 있다. 

후보지 물색을 위한 용역은 마무리해 놓고도 주민 반발을 고려해 공개조차 못하는 판국임에도 이들 기관은 여전히 대체매립지 협의에 미온적이다. 오죽했으면 박남춘 시장이 이들을 향해 공개적으로 쓴소리를 쏟아냈을까. 박 시장은 지난 22일 열린 정책현안회의와 페이스북을 통해 수도권매립지 2025년 종료를 약속했던 4자 협의체 참여 기관인 환경부와 서울시, 경기도 등을 대놓고 비판했다. 2015년 4자 합의를 이룬 후 지난 5년간 단 한 발자국도 친환경 매립을 향해 나아가지 못해 매립지 종료를 위해 함께 힘을 모으기로 했던 전제는 선언에 불과했다는 점을 지적했다. 

이들이 대체매립지 조성에 미온적인 이유는 지난 2015년 채결한 4자 합의가 안고 있는 독소조항 때문이라는 해석이 분분하다. 당시 합의문에는 ‘대체매립지가 확보되지 않은 경우 수도권매립지 잔여 부지를 추가 사용한다’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다. 박 시장은 이에 대해서도 불쾌감을 나타냈다. 4자 협의체 모든 주체가 진일보한 방안을 내놓지 못한 채 수도권매립지를 이어서 사용할 수 있다는 독소조항에 기대는 것은 아닌지에 대한 비판이다. 

독소조항이라는 것도 정확히 살펴보면 서울시나 경기도 좋으라고 넣은 것은 아닌 듯싶다. 이 조항은 대체매립지를 조성하지 못할 불가항력적인 상황일 때나 가능한 것이어서 두 도시가 김칫국부터 마실 일은 아니다. 그럼에도 이 조항이 매립지 연장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만큼 하루라도 빨리 수정하거나 삭제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정치적으로 불리해지고, 선거에서 표를 얻지 못하더라도 가야 할 길은 더 이상 미루지 않고 가겠다"며 친환경 자체매립지 조성을 위해 불이익도 감수하겠다는 박남춘 시장의 용기에도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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