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한 공무원이 북한군에 의해 사살됐다. 북한군이 북측 해역에 들어왔다며 비무장 상태의 무저항 우리 국민을 사살한 것이다. 국제 여론까지 비등하자 북한은 뜻밖에 불미스러운 일이 일어나 대단히 미안하다며 사과했다. 북측의 사과 한마디가 나오자마자 우리 진영은 또다시 둘로 나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려하던 바가 또다시 현실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야권의 책임 추궁에 대해, 여권은 생명을 정쟁에 이용하지 말라고 맞대응을 하는 등 사건이 터지자 마자 정쟁이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우리 국민들에 대한 유감 표명의 내용이 담긴 북한측의 사과문을 낭독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친서로 무마를 시도하려다가는 더 큰 국민적 공분을 자초하게 될 것이라 했다. 이렇듯 정치권은 북측의 사과를 놓고도 온도차이를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이 북한의 총에 피살됐다. 더 이상 무슨 진영논리란 말인가. 의견을 달리 할 일이 따로 있다. 규탄 결의안을 놓고도 채택하느니 마느니 하고 의견이 분분하다. 국민이 총살을 당했는데도 대북 규탄조차 주저하고 있는 우리 정치권이다. 국방 문제를 놓고도 내 편 네 편이다. 이것이 우리 정치의 현주소다. 국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허탈감에 빠졌다. 

국방이 튼튼하지 못함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우리 군은 경계에 실패했다. 문제는 통신 내역을 감청하고도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못한 우리 군이다. 국방부는 북측이 처음 발견 후 6시간 후에 사격을 가했다고 했다. 인지한 지 6시간이라는 장시간이 지나도록 무얼 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북한과의 통신이 두절됐다 했다. 그런데 청와대는 오고 간 정상간 서신 교환으로 대북 접촉이 가능했음이 드러났다. 이번 사건과 유사한 제2, 제3의 사건이 발생해도 정부는 침묵할 것인가. 우리 국민은 앞으로 안전할 것인가. 이번 기회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한반도 해역에서 한국 민간인이 목숨을 잃은 사건에 대해 개탄하고 투명한 조사를 촉구했다 한다. 국회는 진영논리에 휩싸이지 말고 국민 전체의 대표기관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가 이뤄져야 하고 책임 추궁이 뒤따라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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