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표준’을 바꾸면 더 행복한 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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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표준’을 바꾸면 더 행복한 추석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 기호일보
  • 승인 2020.09.28
  •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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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이재현 인천시 서구청장

내 고향은 전라남도 영광 산골마을이다. 4남 3녀 중 다섯째로 태어나 삼대가 모여 늘 북적대며 살았다. 원래 몸이 약하신 어머니는 잦은 병환에 시달리시면서도 넉넉지 못한 살림 때문에 생전 손에서 일을 놓지 못하셨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한쪽 다리를 잃으신 아버지는 평생 목발에 의존하신 채 사셨다. 우리 형제들도 어릴 때부터 집안 살림을 도와야 할 만큼 여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서로 보듬으면서 그 고됨을 견뎌냈다. 

어느새 세월이 흘러 각자 가정을 이루다 보니 고향이 그렇게 그리울 수 없고, 형제간의 만남도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매번 명절을 앞두고 2주 전엔 형제들과 고향에 내려가 조상님과 부모님 묘소를 벌초하고 성묘하는데 고향에 머무는 시간이 넉넉지 않아 형제들과 보내는 시간은 늘 아쉽기만 하다. 명절 연휴엔 큰형님 댁에 모두 모여 한바탕 회포를 푼다. 조카들까지 합세하면 꽤나 많은 식구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 맛있는 음식과 정이 오간다. 이런 정다움이 있기에 가족은 누구보다 힘이 되는 존재다. 

하지만 아쉽게도 올해 추석은 이동을 자제해야 한다. 각 지역에서 대규모 인구 이동이 일어날 경우 코로나19 역시 덩달아 세력을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감 때문이다. 지난 5월 황금연휴와 여름휴가 기간을 거치면서 코로나19 증폭을 익히 경험한 우리다. 정부에서도 ‘안전한 집에서의 휴식’, ‘한적한 주변에서의 산책과 운동’, ‘비대면 문화 활동’, ‘부모님·친지들과의 영상통화’ 등으로 고향 방문을 대신할 것을 적극 요청하고 있다. 코로나19 특성상 고령자 치명률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부모님과 접촉을 최대한 줄이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으로만 전하는 게 지금으로선 최선의 방법이다. 

언택트 추석을 독려하는 서비스도 다양하게 등장하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장사시설 중 하나인 인천가족공원은 추석 연휴 기간 화장장을 제외한 공원 내 모든 시설을 임시 폐쇄한다고 밝혔다. 대신 ‘미리 성묘’를 적극 장려함으로써 성묘객들을 분산시키는 중이다. 이와 함께 온라인으로 성묘와 차례를 지내는 ‘온라인 성묘’를 전국 최초로 시행하고 있다. 인천 이외 타지역 신청자가 상당해 추석 이동을 자제해달라는 방역당국의 요청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는 평가다. 

나 역시 ‘미리 성묘’를 실천했다. 형제들과 만남은 다음번을 기약한 채 아내와 단 둘이 일찌감치 조상님과 부모님 묘소를 찾아뵀다. 형님, 누님, 동생 선물은 편지와 함께 택배로 보냈다. 편지엔 ‘서로의 건강을 위해 이번 명절은 마음만 함께하자’고 적었다. 당장은 아쉽지만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만나는 유일한 방법이란 생각에서다. 

모든 일은 마음먹기 나름이다. 이번 추석 또한 조금만 생각을 바꾸면 얼마든지 재밋거리를 찾아낼 수 있다. 집에서 식구들과 함께 소소한 활동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추석 대표 음식인 송편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시중에 나와있는 밀키트를 활용하면 큰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명절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개최하는 집콕놀이 공모전 등의 대회에 응모해 가족 간 친밀감을 높이는 것도 뜻깊은 활동이다. 금지된 해외여행에 대한 아쉬움은 랜선 해외여행으로 달랠 수 있다. 나라별 명소를 멋진 사진으로 감상하는 신개념 해외여행이다. 우리 서구도 유튜브 채널인 서구TV 등 SNS(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채널을 활용해 ‘집콕 댄스 챌린지’, ‘추석 인사 영상·사진 편지 캠페인’, ‘서춘문예 추석 N행시 이벤트’ 등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사상 초유의 언택트 명절을 슬기롭게 헤쳐나가는 모습에서 새로운 희망을 품게 된다. 돌이켜 보면 전례 없는 바이러스 정국에서도 우리는 창의적이고도 다양한 시도를 거듭했고, 짧은 시간 큰 혼란 없이 일상화됨을 경험했다. 이번 추석도 마찬가지다. 「코로나 사피엔스」 책에서 최재붕 교수가 언급한 것처럼 ‘마음의 표준을 바꾸는’ 추석으로 만들어보자. 이러한 실천이 우리의 미래, 아이들의 미래를 바꿀 가장 중요하고도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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