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민 청원. /사진 = 경기도청 홈페이지 캡쳐
경기도민 청원. /사진 = 경기도청 홈페이지 캡쳐

지난해 초 문을 연 경기도의 ‘도민청원’이 답변 조건의 높은 문턱으로 인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회가 청원 답변 조건을 타 지자체 수준으로 완화할 것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도는 ‘악성 민원’ 성격의 청원 양산 등을 우려해 기준을 낮추는 데 다소 부정적인 모양새다.

 27일 도의회 더불어민주당에 따르면 도가 2019년 1월 개설한 도민청원(https://petitions.gg.go.kr)은 청원 제기 후 30일간 5만 명 이상의 도민이 참여할 경우 도지사 또는 담당 실·국장이 직접 답변토록 하고 있다. 개설 후 약 2년간 1만5천800여 건의 청원이 접수됐지만 답변 조건을 충족한 청원은 단 1건에 불과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성평등 조례 제·개정’과 관련된 청원이 참여 인원 5만 명을 넘어서 첫 답변 대상이 된 이후 답변 조건을 충족한 청원은 아직 등장하지 않고 있다.

 도의회 민주당은 청원 답변 조건이 타 지자체와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게 설정돼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서울시의 시민 제안 창구인 ‘민주주의 서울’은 참여 인원 1천 명, 인천시의 ‘소통e 가득’은 30일 이내 3천 명, 부산시의 ‘시민청원 와글와글’은 30일 이내 300명, 전남의 도민청원은 20일 이내 500명 등의 조건을 내걸고 있다. 이들 광역지자체의 청원·소통 창구의 인구 대비 답변 인원 기준은 0.01∼0.1% 수준으로, 도가 내세운 5만 명(인구 대비 0.37%)의 조건은 청원에 대한 도민들의 접근성을 제한하고 있다는 것이 도의회 민주당의 판단이다.

 도의회 민주당은 최근 도와의 정책조정회의 등을 통해 실·국장 답변 조건은 1천 명, 도지사 직접 답변 조건은 5천 명으로 낮춰 청원 참여 인원수에 따른 답변 방식의 차별화를 제안했다. 그러나 도는 문턱을 급격하게 낮출 경우 도민청원이 특정 단체·지역의 민원 창구로 오용되는 등의 역효과를 고려, 도의회 측의 제안에 ‘장기 검토’ 의사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회 민주당 박성훈(남양주4)정책수석부대표는 "청원 분석 결과 5천 명 이상 안건은 9건, 1천 명 이상 5천 명 미만 안건은 62건에 불과해 조건을 낮출 시 과도한 행정력 투입 우려는 낮아 보인다"며 "현 구조로는 청원의 실효성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준 완화 필요성을 도에 제안했지만 당장의 수용 여부는 미지수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남궁진 기자 why0524@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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