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영통구 동수원로 일대 은행나무들에 나사못이 박혀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수원시 영통구 동수원로 일대 은행나무들에 나사못이 박혀 있다. 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최근 수원시내 곳곳에서 나사못이 박힌 은행나무들이 잇따라 발견되자 주민들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7일 수원시와 시민들에 따르면 영통구 동수원로 곡선사거리 일대에는 도로를 따라 수십 그루의 은행나무들이 공기 정화 및 도심 미관 등을 위한 목적의 가로수로 식재됐다.

그러나 20∼40m에 달하는 은행나무 중 일부 나무에서 사람의 손이 닿을 수 있는 1.5∼2m 높이에 직경 3㎝ 크기의 원형 나사못이 박혀 있다. 직접 손으로 빼 보려 했지만 단단히 박혀 있는 탓에 아무리 힘을 줘도 빠지지가 않았다. 권선구 권선동 비행장사거리 일대에서도 나사못이 박힌 가로수들이 발견됐다.

앞선 사례처럼 유독 은행나무에만 동일한 크기의 나사못이 박혀 있는 상태였고, 이 같은 모습은 수원시내 전역에서 목격됐다. 시민들은 누군가의 장난 또는 일부러 가로수를 고사시키기 위한 범행이 아니냐며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시민 김모(60·여)씨는 "누가, 왜 멀쩡한 나무에 나사못을 박은 건지 모르겠다"며 "나사못들이 도심 미관을 저해하고 있어 눈살이 찌푸려진다"고 말했다.

해당 나사못들은 매년 가을철 은행과실로 인한 악취 민원이 지속되자 수원시가 향후 수나무 또는 다른 수종으로 교체하기 위해 암나무를 표시하려는 목적으로 설치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에 따르면 현재 지역 내 총 7만3천634그루의 가로수 가운데 은행나무는 1만2천94그루이며, 이 중 열매를 맺는 암나무는 36%인 4천319그루다.

전문가들은 일차원적인 행정을 강하게 비난했다. 박진호 한국도시농업관리사협회장은 "나무의 암수를 구별하기 위해서는 굳이 나사못이 아닌 끈이나 리본으로 표시하는 것으로도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 관계자는 "현재 횡단보도와 버스·택시정류장 등 보행자가 많은 곳의 암 은행나무를 다른 나무로 대체할 예정이지만 암수 구분이 어려워 나사못으로 표시했다"며 "다른 표시 방법을 찾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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