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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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풍성한 한가위 되세요
  • 전승표 기자
  • 승인 2020.09.29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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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성한 한가위 보내세요." 매년 음력 8월 15일, 민족 최대의 명절인 추석이 다가오면 서로 건네는 인사말 중 하나다. 한 해의 농사가 마무리돼 오곡백과가 넘쳐나 풍성한 한가위, 이에 따라 넉넉해진 마음에 여유가 풍성한 한가위 등 이 인사말 속에 담긴 ‘풍성한’의 의미는 여러 가지다. 그 많은 의미 중에서도 최고의 의미는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그동안 품고 있던 그리움을 해소하고, 가족 간의 사랑을 나누는 ‘행복이 풍성한’ 한가위라는 뜻일 것이다.

그런데 올해는 그다지 풍성하지 못한 추석을 보낼 처지다. 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경기불황 여파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코로나19 영향이 크다. 지난 설 명절 연휴를 기점으로 국내에 확산되기 시작한 코로나19는 9개월여 시간이 흘러 추석을 맞이한 현재까지도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는 추석 연휴를 이틀 앞둔 28일부터 연휴가 끝나는 10월 11일까지 2주간을 ‘추석 특별 방역기간’으로 정하고 전국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 중 핵심 방역 조치를 적용해 실시한다. 

추석 연휴를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향후 코로나19 재확산 여부에 중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지난 2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이번 추석은 부모님과 어르신의 안전을 위해 고향 방문을 자제해 주시길 간곡히 부탁한다"며 "올해만큼은 부모님을 찾아 뵙지 못하는 게 오히려 효도하는 길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정 총리는 특히 "전쟁에 준하는 사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장기화된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맞이하는 추석에는 어디에서도 ‘풍성한’ 여유를 찾아볼 수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우려가 되는 점은 따로 있다. 바로 현 상황을 둘러싸고 발생하고 있는 사람들 사이의 갈등이 그것이다. 정부의 고향 자제 권고에 세대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재확산 주범으로 지목된 ‘광화문 집회’와 관련해 대부분의 참석자가 고령층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20∼30대의 조롱이 잇따르는 등 여러 시각차이로 갈등을 빚고 있는 신·구세대는 "그래도 명절인데, 가족들이 다 모여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부모세대와 "코로나19로 엄중한 시기이고 평소에도 자주 만날 수 있는데, 굳이 전국 각지의 가족들이 모여 자칫 감염될 수 있는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야 하느냐"고 맞서는 자녀세대 간 갈등마저 겪고 있는 것이다.

또 고향에 가지 못하도록 한 정부의 권고를 핑계로 여행을 떠나려는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을 향한 부정적인 시각과 "무엇이 문제냐"고 대응하는 사람 간의 갈등도 이어지고 있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에 대한 판단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지만, 이 같은 모습들은 결코 사회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분명하다. 

나와 생각이 다를지라도, 마음에 여유를 갖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상황이 좋지 않지만, 그럼에도 모두가 마음이 풍성한 한가위를 보낼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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