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우리나라의 한계기업 비율이 역대 최대치인 21.4%로 추정됐다. 많은 이들은 코로나19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지난해도 역대 최대치인 18%로 OECD 평균(12.4%)보다 높았다. 4차산업의 요람이라 할 서비스업에선 38%나 됐다. 원인은 자명하다. 구조조정과 노동개혁을 외면했다. 혁신도 말뿐 행동이 뒤따르지 않았다. 규제는 아예 거꾸로 간다. 대기업으로부터 ‘중소기업, 소상공인, 소액주주를 보호한다’며 온갖 법안을 찍어낸다. 하지만 이렇게 만들어진 규제는 실제로 경제 약자들을 보호하지 못한다. 그 빈틈을 해외 기업이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다. 

지난주 입법 예고된 상법 개정안이 단적인 예다. 감사위원을 주총에서 별도로 선임하고, 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감사위원 분리선임제’는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는 법안이라고 한다. 이러면 투기자본과 해외기업만 활개를 치게 된다. 이런 기가 막힌 일이 사방팔방에서 일어나고 있다. 골목상권 보호 명분의 ‘유통산업발전법’은 외국기업에 유명무실하고, 국내기업에만 족쇄로 작용한다. 코스트코의 성장, 롯데쇼핑 매출 감소가 대표적 예다. 이것도 모자라 면세점까지 확대 적용하고, 전통시장 보존구역을 (기존 1㎞에서) 20㎞로 늘리겠다고 한다. 

중고차 판매업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수입차 업체들은 중고차 반납 할인으로 신차 판매를 늘리고, 이렇게 사들인 중고차는 무상보증 방식으로 재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보고만 있다. 이것이 ‘소상공인 생계형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있기 때문이다. 인터넷 사업자에게 불법 음란물의 유통 방지 조치 의무를 지우는 ‘n번방 방지법’은 결국 배가 산으로 가버렸다. 

해외기업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발의돼, 문제의 원인인 텔레그램은 손도 대지 못하고 애꿎은 국내 기업만 규제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는 갈수록 어려워지는데, 기업 규제 법안은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온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이 우리 스스로를 구속하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점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규제들을 다 없애서 대기업을 풀어주고, 그 이익분을 경제 약자들을 위해 쓰는 게 낫지 않을까. ‘국부유출 방지, 내수시장 보호’ 측면에서 곰곰이 생각해 봤으면 한다. 공정치 못하고 효과도 없는 규제가 왜 필요한 건가.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