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코로나19 확진 판정 소식으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에 큰 변수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현재 건강한 상태이며 증상이 발현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백악관 주치의가 밝히고 있지만 그가 74세의 고령에 비만으로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결코 가볍게 볼 사안은 아닌 듯하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승계 서열 1위인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2위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즉시 코로나 검사를 받고 격리하면서 대기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공화당 선거캠프는 대규모 현장 유세에 기대를 걸었으나 남은 유세 일정을 취소하면서 대선 가도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알다시피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후보와 지지율 격차를 좁혀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다. 표심과 여론에도 큰 변화가 있을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해 보인다는 것이 중론이다. 미국 대선이 안갯속으로 빨려들면서 미국의 국정 또한 당분간 혼돈 양상으로 흐를 가능성이 커졌고, 세계 각 국은 정치적·외교적·경제적 변수와 파장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당장 우리로서도 한반도와 관련된 외교·안보 정책은 물론 경제 정책에도 적잖은 영향을 받게 될 것이고, 나아가 북미 관계 또한 어떻게 전개될 지도 미지수다. 북미 관계와 관련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의 감염으로 미국 대선 직전의 북미 대화, 이른바 ‘옥토버 서프라이즈’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톱 다운’ 방식으로 북미 대화를 주도해 온 협상 방식을 고려하면 당분간 북미 간 접촉 가능성도 희박해졌고, 북한 문제 또한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커 보인다. 

이렇듯 미국 정국 및 국정 불확실성과 혼란에 따른 유탄을 피하기 위한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예상보다 빨리 완치할 수도 있겠지만 치료 과정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트럼프 변수에 따른 경우의 수를 가늠할 수 있어야만이 외교·안보·경제 분야 등 우리 국익 전반에 대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트럼프 변수에 대비해 정부, 여야 정치권이 지략을 모으고 전략을 구사해 리스크를 줄이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요구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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