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할 만한 건축물 하나 변변찮은 인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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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할 만한 건축물 하나 변변찮은 인천
박진호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10.05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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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호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
박진호 인하대 건축학과 교수

최근 인천에 살거나 인천을 잘 아는 주변 지인들에게 ‘인천에서 가장 가볼 만한 건물이나 주변지역이 어디인가’라는 공통적인 질문들을 한 적이 있다. 대부분 잠시 고민하더니 중구 개항장 근처의 근대 건축물들을 답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았다. 송도나 청라 등 신도시 건축물을 언급하는 사람은 없었다. 아직도 인천은 해방 이전의 도시 이미지가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지 의아하다. 역설적으로 신도시 개발 이후 엄청난 물량의 프로젝트가 쏟아졌고 그토록 많은 건물들을 지었건만, 인천에서 가보고 싶은 건물이라는 단순 질문에 왜 선뜻 답하지 못할까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가타부타 논쟁이 있겠지만, 어찌 보면 이것이 인천 건축의 현주소다. 깨끗한 도로에 새로이 많은 건물을 지으면 뭐하나? 주변에 보이는 건물이나 도시공간은 대한민국 어디 가나 볼 수 있는 그저 개발 위주의 평범하거나 범작들일 뿐이고, 방치된 원도심은 보여주기도 싫을 정도로 초라하고 부끄러운 공황상태로 남아 있다. 건축학자인 본인조차 쉽게 답변할 정도의 우수한 건축물을 인천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은 인천의 민낯이다. 도시의 역사가 짧은 것도 아니고, 인구수나 재정 규모 면에서도 결코 작지 않을 진데, 민망한 질문이지만 과연 인천시민들은 이 도시의 건축에 대해 자부심을 가질까? 

유서 깊은 역사 도시의 면면에는 화려하거나 장려하지는 않더라고 꼭 가봐야 할 공간이나 장소, 혹은 건물들이 있기 마련이다. 예스러움을 간직한 지역이 있는 반면, 새로이 축조된 건축물이 옛 정취에 어우러져 있는 곳도 있을 것이다. 이는 건물의 높이나 크기가 문제가 아니라 그 도시를 구성하는 품격 있는 건축 수준의 문제이다. 

스페인 북부의 빌보아시처럼 건물 하나가 그 도시의 명성을 바꾼 사례도 많다. 흔히 빌바오 효과로 언급되는 이곳은 한때 철강·조선 등 중화학공업 중심지였던 곳으로 주력산업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도시가 급격히 쇠퇴하기 시작했다. 시는 환경오염과 흉물이 돼버린 버려진 공장, 그리고 범죄 증가 등 심각한 도시문제를 겪게 된다. 이에 1991년 시정부의 의지와 더불어 전문가와 시민들의 주도적 참여로 구겐하임재단에 부지와 건축비를 지원하면서까지 빌바오에 박물관을 유치하게 된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가 설계를 맡아 진행된 이 건축물은 1997년에 완공되고 박물관 개장과 동시에 전 세계인의 관심을 받았다. 

구겐하임 박물관 개관 이래로 2020년 현재 인구 35만 명 이하 작은 도시에 한해 100만 명 이상이 박물관을 찾는 예술과 문화 중심지로 변모하게 됐다. 방문객 절반 이상은 외국인이다. 그전까지만 해도 관광객 수는 거의 바닥이었던 이 황폐해진 도시가 지금은 문화·예술 중심지로 탈바꿈한 것이다. 과거 도시의 존재도 몰랐던 우리 젊은이들 사이에서 조차도 이제 한번 가고 싶은 선망의 도시로 변모했다. 건축물 하나가 도시의 새로운 경제성장 엔진으로 여행과 관광 관련 직업 창출 등 다양한 산업 성장의 가치를 안겨주고 있는 것이다.

해마다 인천에도 많은 건물이 지어지고 있고, 중앙정부나 지방정부는 우수 건물들에 대해 건축상을 부여하기도 한다. 그러한 건축물을 가보면 실망을 안겨주는 곳이 대부분이다. 한 해 우수 건축물에 주어지는 이 상들은 지원 작품 중 골라 나눠줘야 하는 형국에서 보면 건축물의 진정한 수준과는 거리가 먼 이야기다. 또한, 주변을 둘러보면 일률편향적인 아파트, 혹은 온통 간판으로 가득 찬 값싼 상업 용도 건물들로 도시가 도배되고 있다. 시의 입장에서 보면 다양한 부동산 활동이 세수 증대에는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망각하고 있는 사실은 도시 수준은 그 반대 방향으로 급속도로 저하돼 가고 있다는 것이다. 

무턱대고 새 건물을 많이 짓는다고 해서 도시 품격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시민들이 이 도시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도시의 양적 팽창도 성장의 한 단면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질적 수준의 향상이다. 값싼 새것이 헌것으로 변하고 사라져가는 데는 그렇게 많은 시간이 필요치 않다. 도시의 역사가 증명하듯, 시간이 지나가면서도 그 가치가 올라가는 건물들을 지어야 한다. 불행히도 인천의 경우 그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답은 뻔하다. 개발 위주 양적 팽창 혹은 도시재생이라는 일률 편향적이고도 양극화된 개념에서 탈피한 새로운 사고를 지향해야 한다. 21세기 인천의 도시 품격을 높이고 그 지형을 바꿀 수 있는 방향으로 건축정책이 전환해야 한다. 인천 건축 향로에서 발상의 전환을 위해 건축행정의 새로운 컨트롤타워와 더불어 참신한 리더십이 필요하며, 더불어 시민과 소통을 통해 새로운 전략을 짜기 위한 사회전체의 합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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