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임창덕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에마 세팔라의 책 「해피니스 트랙」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성공한 금융업자가 초라한 낚시꾼을 보고는 본격적인 어업을 시작해 많은 돈을 벌라고 조언한다.

그러자 낚시꾼은 "내가 왜 그래야 하지요?"라고 반문한다.

그러자 금융업자는 "그래야 더 이상 일하지 않고 한가로이 낚시를 즐기면서 편안히 살 수 있다"라고 답을 한다.

금융업자가 바라던 것은 이미 그 낚시꾼에게는 일상이었는데도 말이다.

한편, 1975년 스웨덴 출신 언어학자인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는 히말라야산맥 아래, 인도 북서부 라다크(Ladakh) 지역에서 16년 동안 체류한 경험을 바탕으로 「오래된 미래(Ancient Future)」라는 책을 출판한다.

라다크는 겨울이 8개월 정도 이어지는 척박한 곳이다. 사람들은 가난했지만 관용이 지배하고, 경쟁보다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고 서로 협동하는 지역공동체를 유지하며 살아왔다. 그러나 TV와 같은 매스미디어는 지역 주민을 소비주의 문화 속으로 내몰았고, 이기심과 욕망, 전통문화에 대한 열등의식까지 갖게 했다. 마치 우리나라의 서구화 과정의 데자뷔(deja vu)와 같다. 

특히 개발이라는 이름의 서구화와 개방은 라다크 사람들의 삶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자신들의 삶이 초라한 것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농사철 협동하던 모습은 대가를 지불해야만 하는 거래 관계로 바뀌었고, 식량을 자급자족하는 것에서 구입하는 등 대외 의존도가 높아졌다.

무엇보다도 고유의 전통을 부끄럽게 여기고, 서양 문화를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게 만든 것은 물론 소비의 욕망으로 인해 탐욕이 증가했다. 불현듯 방탄소년단의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의 열광 뒤에는 문화의 획일화와 다른 나라의 문화를 침잠시키고 세계적인 열광은 문화의 다양성을 훼손시키지는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러한 라다크의 사회문제를 개선하고 지역공동체의 미래를 제시하고자 헬레나 노르베르 호지는 라다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지역화(Local)가 미래라는 걸 깨닫는다. 그래서 생태 친화적이고 공동체 중심의 생활양식으로 되돌아가는 예전의 지역공동체 부활에 힘쓴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파랑새는 이미 우리 곁에 있었다. 역설적이게도 인류가 찾고자 하는 해답은 이미 과거의 어느 모퉁이에 있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녀는 책 제목을 오래된 미래라고 한 것이다. 

우리는 성장만을 말한다. 국가도 기업도 모두 전년 대비 성장이 목표다. 과연 그 끝은 국민이나 사원의 행복일까.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도 멈추고 뒤를 돌아본다고 한다. 자신의 영혼이 따라오지 못할까 기다리기 위해서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과연 무엇을 위해 앞만 보고 달리는지 생각할 시간을 가져야 한다. 이러한 의식적인 반추와 숙고의 시간은 마음에 닻으로 작용할 것이다. 우리에게 실현 가능한 오래된 미래는 이미 우리가 갖고 있었던 것임을 앞서 낚시꾼 이야기와 책, 오래된 미래는 말해주고 있다. 가는 길을 멈추고 건강한 대안적인 가치가 무엇인지 고민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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