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도 등 인천지역 지명들이 이르면 올해 안에 친일 잔재 여부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5일 시에 따르면 지난 8월부터 인천대학교, 인하대학교 등 학계는 물론 지역 내 향토사학자 등과 공동으로 일제 잔재 지명을 조사하고 있다. 다음 달 조사를 마친 뒤 ‘친일 지명’인지 판단해 올해 안으로 결론을 내리고 연말 또는 내년 초 책으로 발간할 계획이다.

하지만 지역별로 남아 있는 일본식 지명을 전수조사할 만큼 인력과 재정이 충분하지 않아 대표적인 곳만 조사 중이다. 친일 잔재 지명이라는 결론을 내리기 전 최소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할 방침이다.

대표적 일본식 지명으로 꼽히는 곳은 송도(松島·마쓰시마)동과 송학(山手·야마테)동, 중앙(本·혼마치)동, 만석(萬石)동 등으로, 이들에 대한 조사를 통해 일본식 지명을 바로잡을지 여부를 판단할 기초자료로 활용할 예정이다.

송도에 대한 조사는 꽤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송도라 불리기 전 대암(大巖)마을, 소암(小巖)마을로 불렸던 것으로 파악했고 일본제국주의 군함인 송도호에서 왔는지, 송도해수욕장을 개발한 송도유원주식회사에서 왔는지 등을 조사 중이다.

앞서 학계는 송월(松坂)동과 해안(海岸)동, 선화(敷島)동 등 인천의 최소 18개 이상 일제 잔재 지명이 있다고 판단했다. 또 조선시대 이전부터 수백 년간 인천의 행정중심지였던 승기리(升基里)는 일제 때 명명된 관교동과 문학동으로 굳어지고 있다.

전종한 경인교대 교수는 "일본식 지명은 일본인이 식민지 통치 전략, 문화, 관습, 숭상하는 인물 등을 몰래 담아낸 지명들"이라며 "도화동, 간석동, 남동구 등 행정구역 개편 때 앞글자를 하나씩 따 만든 조합 방식도 넓게 보면 일제 잔재에 포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송도는 조선시대 없었던 지명이고 부산, 포항 등 일본의 3대 명승지 중 하나인 송도라는 이름을 본따 만들고 2차 대전 군함에도 그 이름이 붙였다"며 "일제강점기 송도는 그런 배경을 깔고 있는 지명"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일본식 지명을 어떤 기준에서 친일 잔재로 봐야 하는지 아직 논의 중"이라며 "결과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 있어 확실히 말하기 어렵지만, 기준안을 만들어 해당 지명은 친일 잔재로 봐야 한다는 정도의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고 이 내용은 또 공론화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 ych23@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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