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외출 제한으로 인한 노인학대 및 노인소외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인천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코로나19 시대를 지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 등의 외출 제한으로 인한 노인학대 및 노인소외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사진=인천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갑작스럽게 다가온 코로나19 사태로 시작된 물리적 거리 두기와 사회적 차단은 인간관계 방식까지 변화시켰다. 노인 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코로나19 시대를 거치면서 학대 및 소외 등의 노인 문제는 심화돼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로 굳어졌다.

코로나19가 우리나라에서 발병한 올해 초부터 전국 노인보호전문기관에서 노인학대 신고 건수에 대한 조사 후 학대로 판정된 사례가 지난해보다 증가했다.

전국 33개 노인보호전문기관 통계를 보면 올 1월부터 8월 말까지 노인학대 신고(1만182건)는 지난해 같은 기간(1만521건)보다 줄었지만, 학대로 판정된 건수는 올해 총 4천180건으로 전년 동기(3천512건) 대비 15.9% 증가했다. 특히 인천은 노인보호전문기관에 접수된 노인학대 건수부터 지난해 583건에서 올해 653건으로 증가해 더욱 심각했다.

이러한 결과는 노인학대 및 우울로 인한 피해 사례를 보면 확연히 알 수 있다.

서구에 거주하는 A(72)씨는 코로나19 사태로 배우자의 학대와 관계 단절로 힘겨운 삶을 살고 있다. 지난 4월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경로당이나 노인복지관 등을 가지 못하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배우자와 말다툼이 많아졌고, 직접적인 폭행까지 발생하기도 했다.

A씨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제한되면서 주변인들과의 관계가 막혀 극심한 우울감이 든다"며 "코로나19가 언제 끝날지 몰라 정신적인 고통이 너무 크다"고 토로했다.

부평구에 거주하는 B(77)씨는 자신의 아들에게 학대를 당했다. 그의 아들은 평소 일용직에 근무했으나 코로나19로 일이 줄어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음주 빈도가 늘어났다. B씨는 지난 3일 아들이 음주 상태로 욕설을 하고 집기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려 학대피해를 입었다.

B씨는 "코로나19로 바깥 출입이 자유롭지 않아 평상시보다 우울감을 쉽게 느낀다"며 "택배일에 종사하는 아들이 코로나19로 일이 끊기자 집에 있는 시간이 점차 늘었고, 그로 인해 다툼이 심해져 학대를 당했다"고 털어놨다.

서구에 거주하는 C(70·여)씨는 8월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들이 자신을 폭행한다며 인천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에 신고했다. 그는 이전에도 학대피해로 신고한 이력이 있었다. 기관에서는 코로나19로 일용직 근로에서 실직한 C씨가 가해자인 아들과 가정에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정서적·신체적 학대가 심해진 것으로 파악했다.

인천서부노인보호전문기관 관계자는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학대피해 노인들이 소외돼 우울감을 더욱 쉽게 느끼고, 학대행위자와 분리되지 않는 시간이 늘면서 재학대 발생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제성 기자 wjs@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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