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표 수원서부서 경제범죄수사 1팀장 경감
이준표 수원서부서 경제범죄수사 1팀장 경감

경찰청 내부망인 ‘폴넷’에는 ‘현장활력소’라는 게시판이 있다. 지구대·파출소 경찰의 글이 많은데, 주로 현장의 고충을 담은 내용들이다. 

최근 이곳에 경찰서 경제범죄수사팀(경제팀) 수사관들의 글이 수십 건 게재됐다.

어떤 글은 조회 수가 2만5천 건에 달한다. 경찰 12만 명 중 20%가 봤다는 뜻이다. 글들은 크게 두 가지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먼저 인력 부족이다.

법무연수원의 ‘2019 범죄백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대비 2019년 전체 범죄는 4.8% 감소했지만 대표적인 경제 범죄인 사기는 오히려 15.2% 증가했다. 또 2010년 대비 2018년 절도범죄는 34.4% 감소했지만, 경제범죄는 28.5% 증가했다.

유독 경제범죄만 대폭 증가한 것이다. 그럼에도 경제팀 인력 증원은 딱히 없었다. 여성청소년수사팀, 실종전담수사팀, 학교전담경찰관 등이 생겨나는 동안 별도의 조직 신설도 없었다. 배당되는 사건 수가 개인이 꼼꼼히 처리할 수 있는 적정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다. 

인사 때마다 사건에 치인 고참들과 젊은 간부들은 자주 나가고, 경력이 짧은 직원 위주로 대신 채워진다. 기존 직원의 업무부담이 가중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다음 문제는 처우이다. 경제팀은 다른 수사 외근들과 달리 내근직으로 분류된다.

초과근무 수당도 제약이 많고, 사건 난이도에 따른 수사비 지원이 없다. 즉, 100명이 연루된 복잡한 사건을 100일 간 공들여 처리하거나 단순한 모욕 사건을 고소인 조사 없이 각하 처리하거나 똑같은 사건일 뿐이다. 오히려 전자는 장기사건으로 감점, 후자는 신속한 처리로 가점을 받을 수 있다. 

또, 승진은 어떠한가. 일례로 지난해 경기남부경찰청 정기 특별승진자 107명 중 단 2명만이 경제팀 소속이었다. 

특진 제도가 생긴 이래 경감과 같은 간부 계급이 선발됐다는 소식은 듣지 못했다. 물론, 경제팀에 관심과 배려가 적은 이유는 있다. ‘돈’과 관련된 범죄의 속성상 버닝썬, N번방 같이 단번에 공분을 일으킬 만큼 자극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건일수록 해결하면 빛이 난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렇지만, 가까이선 본 경제범죄 피해자는 여느 범죄 피해자와 다를 바 없다. 오히려 ‘욕심이 많아서, 아둔해서 사기당했다’는 비난을 가족들로부터 받으며 더 큰 고통을 겪기도 한다. 그런 피해자를 구해내는 경제범죄 수사야말로 국민들로부터 1차적 평가를 받는 중요한 수사활동이다.

기피부서가 되면 수사의 질은 당연히 떨어진다. 한 경제팀 수사관은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15년 만에 경제팀에 다시 와보니, 형사와 지구대의 4교대, 사이버, 여청수사관 증원 등과 비교해 바뀐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현재 검찰을 견제하기 위해 어렵게 수사종결권을 확보한 경찰에게 ‘검사와 대등한 자질과 능력’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그러려면 우선 경제팀에 우수 인재가 몰리고 선호부서가 돼야 한다. 과중한 사건 부담을 덜어내고 적절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 인력 충원과 처우 개선이야말로 ‘경제팀 활성화’의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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