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김용훈 국민정치경제포럼 대표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이 팽팽하고 일본의 새 총리는 자국을 중심으로 파워를 집중하고자 작전을 펼치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전략은 무엇인가. 한국을 방문 예정이었던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방한 일정을 취소했다. 아예 아시아 방문을 취소한 것이 아니라 일본은 예정대로 가지만 우리나라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의 불가피한 사정이 있어 양해를 구했다고 하지만 파워게임에서 우리나라가 밀리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폼페이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확진 뉴스에도 한국 방문 계획이 변함없음을 알렸음에도 불구하고 의사를 번복해 갑작스러운 변경을 통보했다. 

일본의 쿼드외교장관회의에 참석하지만 우리나라는 다시 기회를 만들 것이라는 대답이지만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4개국 외교장관이 모여 중국견제의 의견 다짐에 참여치 않는 한국에 방문 의미를 잃어버린 것이다. 중국을 배제하는 쿼드가 좋은 아이디어가 아니라는 우리 외교부 장관의 목소리가 곱지 않았던 것이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내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예정된 중국의 왕이 외교부장 방한도 무산시켰다. 미국의 국무장관이 방문한다고 하니 중국도 우리나라로 들어와 파워의 지지를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상대국 국무장관이 오지 않는다니 중국도 들어오지 않겠다는 이야기다. 

미국은 분쟁 상대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동맹국들의 참여를 촉구하고 있다.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다자 안보협의체인 쿼드를 강화하고 이를 우리나라는 물론 주변국으로 확대하려고 하지만 이에 대해 주변국들은 망설이고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나라들은 특히 자국의 이권문제로 미국이냐 중국이냐 하는 파워게임에 선뜻 노선을 밝히지 못한다. 폼페이오 장관 역시 겉으로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방한하지 못함을 양해해 달라고 의사를  표명하지만 안으로 담고 있는 내용은 달랐을 것이다. 외교는 겉으로 표방하는 모습 뒤에 이면을 읽어야 실질적으로 의도하는 목적을 이뤄낼 수 있다. 

우리나라가 쟁쟁한 강대국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은 이들의 쟁쟁한 파워를 이용하는 외교이다. 강대국에 견줄 만한 파워도 없고 경제력도 없는 상황에서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때문에 우리나라에게 외교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련의 상황은 주변국에게서 또 세계의 이슈에서 우리나라가 제외되는 모습이다. 힘이 없는 나라라고 자위하기에는 앞으로 다가서는 우리나라의 이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타협이 아닌 주장이 필요함을 역설한다. 

당장 일본에서 열리는 쿼드안보회의에 우리나라는 어떤 모습인가. 동맹인 미국이 참여하고 일본과 인도, 호주가 연대를 강화하며 중국에 대한 대응책을 이야기하는데 우리는 목소리조차 내지 못한다. 미중 분쟁에도 우리의 목소리는 보이지 않았다. 일본이 갑작스러운 수출제재에도 외교적 활약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척에서 열리는 외교장관 모임에도 참석하지 못하는 모습이 참으로 소극적인 모습이고 우리가 주재하는 외교의 모습은 무엇인지 다시금 돌아보게 한다. 눈에 드러나는 활동이 아니라도 물밑에서 움직이는 정교함이라도 포착되면 좋겠지만 불행히도 우리 외교는 너무도 수동적이다. 

각국에 거미줄처럼 연결된 첩보라인에서 고급 정보들이 들어와 일이 터지기 전에 사전 조치하는 것이 아니라 언론 보도로 설왕설래해야 인지하고 행동을 취할까 말까를 망설이는 외교는 대외관계는커녕 국내 관계도 조정하기 어려울 것이다. 어려운 시기에 영웅이 난다고 하지만 영웅은커녕 잡음만 커지고 있다. 소리 없이 큰일이 이뤄지려면 자신의 몸과 가정을 살피는 수신제가(修身齊家)가 먼저 돼야 하고 나라를 살피고 세계를 보는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가 돼야 한다. 자신의 울타리도 가누지 못하면서 어떻게 남의 울타리를 조정해 우리나라를 유리한 입지에 올려놓을 수 있겠는가. 

한 분야의 리더는 이름만 리더가 아니다. 주변의 모든 상황이 파악돼야 하고 그래야만 하는 속내까지 꿰고 있어야 그들을 조정해 앞으로 다가올 분야의 사정을 컨트롤하며 성장을 만나게 할 수 있다. 당장은 우리 일이 아니니 지켜본다고 하지 말고 또 집 안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밖으로 나가 왕성한 활동을 해야 한다. 그래야 외부에서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도 알고 그들이 모색하는 궁극적 목적도 제대로 바라볼 수 있다. 수동적으로 남의 외교만 바라보다가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하늘만 바라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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