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충권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이충권 인하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코로나19가 발생한 지 벌써 10개월이 지났다. 여러 제약 업체들이 앞다퉈 백신을 개발 중이고, 온 세계가 이 난관을 극복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긴 암흑의 터널은 여전히 끝이 보이지 않는다. 

방역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코로나19 감염이 이어지는 것과 같이 대면서비스를 중심으로 한 사회복지 프로그램들이 원활하게 진행되지 못하는 사이 복지 사각지대의 그늘도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는 실정이다.

특히 얼마 전 인천 초등학생 형제 라면 화재사건은 아동 보호 및 돌봄 공백 문제뿐 아니라 코로나19로 심화된 복합적 문제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매우 안타깝다. 

경제적 어려움, 모친의 정신건강 문제 등으로 오랫동안 아이들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가 심각해지면서 학교수업이 비대면 방식으로 전환되고, 상담 및 사례관리도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사이 참변을 당한 것이다.

이 사건뿐 아니라 현재 아동과 가족들 대부분은 전례 없는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 등의 등교가 제한되면서 양육자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이들과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양육자가 경험하는 소득 손실, 육아 스트레스와 불안 등이 커짐에 따라 아이들이 가정에서 학대를 경험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한편, 안정된 직장과 높은 소득수준의 가정에서는 돌봄 휴가나 재택근무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개별 돌봄을 할 수 있지만 불완전 고용, 저소득 가구 등의 경우는 그렇지 못하기 때문에 돌봄 불평등의 간극은 더욱더 벌어지고 있다.

이에 정부 및 관련 기관들은 학대·위기아동 보호 및 돌봄 지원 강화 방안들을 발표하고 있지만, 막상 그 내용을 살펴보면 기존의 문제 진단과 크게 다름이 없고, 제시된 대책 역시 코로나19 확산 이전부터 진행해온 사업들의 짜깁기에 불과한 인상이 강하다. 

또한 아동 돌봄과 교육 관련 주무 부처·공공기관 간의 칸막이로 인한 분절적 업무는 고질적인 문제로 계속해서 지적되고 있고, 공공과 민간 기관 간 수평적 협의 관계 형성은 여전히 요원한 과제다. 

이러한 상황에서 포스트 코로나19 시대에 기존 제도와 체계를 바탕으로 한 땜질식 처방으로 현재 총체적 난국을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물론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어느 나라도 미증유의 현재 위기에서 돌봄 공백을 완전하게 대처하고 해결한 나라는 없다. 다만, 돌봄 공백을 돌봄 정책의 수정·보완만으로 해결하려는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노동정책과 함께 가족 돌봄과 기관 돌봄 지원을 동시에 강화하는 몇몇 유럽 국가들에서 돌봄 공백 문제가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파악된다. 

우리나라도 긴급 돌봄, 가족 돌봄 휴가, 재난지원금 등을 통해 돌봄 공백을 줄이고자 노력을 해오고 있지만, 자녀를 둔 가정들이 느끼는 돌봄 관련 복지 체감도는 아직 낮은 상태이고, 돌봄 정책과 노동시장·고용정책을 함께 연계해 설계하고 추진하려는 적극적인 노력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많다.

코로나19 이후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기존 병폐들은 더욱 심각해지고 여기에 새로운 사회적 위험들이 대두되면서 매우 혼란스러운 상황이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복지국가 모형을 모색할 기회일 수 있다. 

상술한 바와 같이 아동 돌봄이 여러 사회 문제들과 밀접하게 관련된 것처럼 각종 사회적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복지·보건·의료,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을 포괄하는 통합적 사회정책이 필요하다. 각자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모두가 함께해야 하고, 모두가 양보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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