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이선신 농협대학교 교수

요즘 사람들을 만나면 세금에 대해 불만을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다. 세법이 너무 자주 바뀐다는 불만, 세금 산정이 너무 복잡하다는 불만, 세금액이 너무 과중하다는 불만 등등이다. 들어보면 일응 수긍이 간다. 법이 너무 자주 바뀌면 법적 안정성을 해쳐 혼란과 피해를 초래하게 되는데, 세법이 너무 빈번하게 바뀌다 보니 국민들의 재산 형성과 계획에 예기치 않은 피해를 주게 된다. 또한 세금 산정이 너무 복잡해서 일반인은 물론이고 세무공무원이나 세무사에게 물어도 시원한 답을 듣지 못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또 세금액이 너무 과중하다는 불만은 납세자의 부담 능력을 고려치 않고 세금을 지나치게 인상했다는 내용이다. 특히 직장이나 사업에서 은퇴한 사람들로부터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은퇴자들은 수입이 없거나 대폭 감소됐는데, 과중한 세금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며 볼멘소리를 쏟아 놓는다. 이처럼 세금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들은 수긍이 가는 부분이 많다. 물론 저임금 근로자, 무산자 등 입장에서는 "나도 세금 좀 내봤으면 좋겠다"면서 세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를 ‘가진 자들의 억지’라고 폄하하기도 하지만, 조세정책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사실 국민들은 세금에 대해 잘 모른다. 그저 국가에서 내라고 하면 내야 하는 돈이라고 인식한다. 적십자회비, TV시청료를 세금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사람도 다수 있고, 수도요금·전기요금을 수도세·전기세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다. 세금(조세)이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그 경비에 충당할 재력을 얻기 위해 반대급부 없이 일반국민으로부터 강제적으로 징수하는 금전 또는 재물이라고 정의된다.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말이 있는데, 인간은 소득 없이는 살 수가 없으므로 사실상 생애 기간 내내(요람에서 무덤까지) 세금 납부에 대한 부담을 지게 되는 것이다. 

우리 헌법은 납세의무를 국민의 기본의무로 정하고 있고(제38조) "조세의 종목과 세율은 법률로 정한다"라는 조세법정주의를 천명한다(제59조).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가급적 세금을 적게 내려고 노력한다. 이를 통상 ‘절세(節稅)’라 부르는데, 위법·탈법적인 방법으로 세금 납부를 회피하는 ‘탈세(脫稅)’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지난 8월 서울에서 이뤄진 아파트 거래 5건 중 1건 이상이 증여였다고 한다. 부동산 관련 세제 강화 법안이 본격 시행되기 전 미리 아파트를 자녀 등에게 넘기려는 ‘증여 막차’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고 한다. 

절세의 한 방안으로 선택한 것이기에 이를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부(富)의 대물림이 고착화되는 현상을 목도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씁쓸하다. 세금을 많이 걷는 것이 좋을 수는 없다. 세금을 많이 걷으면 국민의 소비와 저축이 줄어들어 경기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재정 낭비도 발생할 수 있다. 선진국들에서 공무원의 숫자를 줄이는 등 ‘작은 정부’를 지향하는 이유는 바로 경제에 미치는 전반적인 영향을 고려하고 국민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것이다. 이와 같이 정부는 세금 부과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다한 다음에 그래도 재원이 부족한 경우에 국민에게 증세 필요성을 진지하게 설명해야 할 것이다. 

지난 19일 문재인 대통령은 제1회 청년의날 기념식에서 "정부는 공정에 대한 청년들의 높은 요구를 절감하고 있으며, 반드시 이에 부응할 것"이라고 말하면서 모두 37번이나 ‘공정’이라는 단어를 말했다. 문 대통령은 "채용, 교육, 병역, 사회, 문화 전반에서 공정"을 이야기했는데 ‘과세의 공정’에 대해서도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특히 조세형평 차원에서 여러 차례 거론돼 온 ‘종교인 과세’는 언제 실행할 것인지, 재정적자 원인으로 지목되는 공무원연금·군인연금 등의 개혁은 언제 실행할 것인지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 또한 ‘한시법(限時法) 연장’의 형태로 조세 감면이 지속되는 분야에 대해서도 그 타당성·실효성을 제대로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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