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차량등록사업소 인근 전신주에 떼까마귀 수십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차량등록사업소 인근 전신주에 떼까마귀 수십마리가 전깃줄에 앉아 있다. /사진 = 기호일보 DB

매년 겨울철 수원지역을 찾는 수천 마리의 떼까마귀로 인해 시민들의 불편이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7일 수원시에 따르면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겨울마다 5천여 마리가 넘는 떼까마귀가 수원 도심을 찾고 있다. 시베리아와 몽골에서 여름을 보낸 뒤 겨울을 나기 위해 수원지역을 찾고 있는 떼까마귀는 황구지천 등 서수원 일대에서 먹이활동을 한 뒤 인계동·우만동·영통동 등 주요 도심으로 옮겨 잠을 자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도심지역 주민 및 상인들은 떼까마귀의 배설물로 인한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떼까마귀가 처음 수원에 출현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접수된 떼까마귀로 인한 불편 민원은 총 185건으로, 전화를 통한 상담 건수를 더할 경우 이보다 더 늘어난다. 이에 따라 시가 떼까마귀 퇴치를 위해 투입하는 예산도 수천만 원에 달하고 있다.

시는 배설물 청소를 위해 2018년 1천900여만 원과 지난해 2천800여만 원을 투입했고, 올해도 1천600여만 원의 예산을 세워 둔 상태다. 또 레이저를 이용해 비교적 인적이 드문 곳으로 떼까마귀 이동을 유도하는 등의 퇴치 용역 비용 역시 2018년 820여만 원에 이어 지난해 2천400여만 원이 사용됐으며, 올해도 900여만 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장기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지속적으로 적지 않은 예산이 소모될 처지로, 전문가들은 지역 상황에 맞는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떼까마귀가 출현한 지 20여 년이 넘은 울산시는 2000년대 중반부터 조류 전문가들과의 소통을 통해 떼까마귀가 머물고 있는 태화강 내 개발계획을 일부 철회한 뒤 6만5천여㎡ 규모의 태화강철새공원을 조성하고, 2017년 태화강에서 개최된 ‘세계조류축제’에 떼까마귀 군무를 내세워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기섭 ㈔한국물새네트워크 박사는 "떼까마귀가 도심에 직접 피해를 입히고 있는 수원에서 관광자원화는 어렵지만, 울산처럼 까마귀들이 머물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하는 방안이 필요해 보인다"며 "조류 전문가들과 함께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장기 대책이 마련되기 전까지는 까마귀의 경우 다른 새들보다는 배설물의 산성이 약하다는 사실을 알리는 등 떼까마귀에 대한 시민들의 오해를 바로잡아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시 관계자는 "현재 떼까마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초청한 포럼이나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라며 "시민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노력하면서 전문가들과 함께 여건에 맞는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종현 기자 qw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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