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강덕우 인천개항장연구소 대표

한국전쟁 초기 국군과 유엔군은 북한군의 기습 공격과 엄청난 전투력으로 후퇴를 거듭하게 됐다. 유엔군사령관 맥아더가 한국에 도착한 때는 1950년 6월 29일로, 북한군 주력을 견제하면서 동시에 북한군 후방을 강타하는 내용의 작전구상을 세우게 됐다. 이른바 ‘블루하트(blue heart)계획’으로 일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군을 한국 전선에 투입하고 북한군의 병참선을 차단할 ‘상륙작전’을 통해 전략적 공세로 전환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북한군의 전력을 과소 평가했다는 지적에 따라 7월 10일 취소됐다. 

상륙작전 구상은 비밀리에 계속 추진되고 있었다. 상륙작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합동전략기획단’은 가능한 모든 해안지역을 대상으로 검토하고, 9월 중에 결행하기 위한 장소를 물색했다. 이들이 마련한 ‘크로마이트(CHROMITE)’ 작전 계획은 서해안의 인천과 군산, 동해안의 주문진 일대로 좁혀졌고 그 초안이 7월 23일 극동군사령부 관계자들에게 회람됐다. 작전명은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작전과 연관이 없는 ‘크롬 광석’에서 따와 지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러나 어느 지점에 상륙할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 남아 있었고 인천은 상륙작전 지역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맥아더는 인천상륙작전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결국 합동참모본부는 1950년 9월 9일 인천상륙작전을 최종 승인했다. 인천이 유일하게 유리한 점이 있다면 배치된 북한군의 병력이 매우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뿐이었으나 한편으로는 인천 이외에 적 후방의 완전 단절이라는 조건을 만족할 만한 장소가 달리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유엔군 보안유지의 초점은 상륙작전 자체에 대한 부정보다는 언제, 어디서 실시될 것인가에 대한 기만이었다. 북한은 인천을 주요 상륙 지점으로 예측하기도 했지만 인천에 ‘반드시’ 상륙할 것이라는 정보를 갖지 못했고, 이미 낙동강 전선에서 최후공세라고 불리는 ‘9월 공세’를 강행하면서 후방 방어보다는 모든 전력을 낙동강전선에 투입하고 있었다. 유엔군의 군산지역과 동해의 장사동에 대한 사전 공격은 북한군으로 하여금 경인지구에 병력을 증원하지 못하도록 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인천상륙작전이 결정되자 월미도의 우선 점령은 필수적이었다. 지상군 상륙 계획은 해안을 적색해안, 청색해안, 녹색해안으로 나누고, 병참물자 하역지역인 인천 내항을 황색해안으로 명명했는데, 적색해안의 위치가 인천역 가까운 곳으로 정해진 이상 녹색해안인 월미도를 먼저 장악할 필요가 있었다. 월미도는 인천을 방어하는 입장에서나 공격하는 입장에서도 제일 먼저 확보해야 할 거점이었다. 상륙 부대는 미 제10군단으로 정해졌고 국군 해병 제1연대는 미 해병 제1사단에, 국군 제17연대는 미 제7사단에 소속됐다. 

작전은 2단계로 나눠 전개됐다. 제1단계는 9월 15일 오전 만조 시인 06시 30분 월미도 녹색해안에 상륙하고, 제2단계는 월미도 점령 11시간이 지난 오후 만조 시인 17시 30분에 후속부대가 적색과 청색 해안에 상륙하는 것이었다. 그러므로 본대가 인천을 상륙하기 전까지 11시간 동안 월미도에는 아군의 지원없이 고립돼 있어야 했다. 상륙부대는 전투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자체 평가된 미 해병 제5연대 3대대 500여 명이었다.

월미도 녹색해안은 월미도 해수욕장, 야외풀장, 조탕 등이 있던 곳으로, 인천항 인근에 있던 유일한 모래사장이었다. 썰물 때 물이 빠지면 엄청난 갯벌지대로 바뀌는 인천 앞바다에서, 행여 장시간 교전이 벌어졌을 경우 상륙군이 갯벌로 내몰리는 상황을 방지하고 속도를 필요로 하는 상륙군에게 모래사장은 그나마 상대적으로 작전 수행이 용이한 지역이었다.

인천상륙작전 개시 전인 9월 10일부터 본격적인 월미도 포격이 시작됐다. 순양함, 구축함 등의 함포사격과 해병대 항공기가 네이팜탄 등으로 월미도를 폭격한 이래 65회에 걸쳐 인천지역을 폭격했다. 이 와중에 월미도 민간인들의 희생이 컸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이제는 전쟁의 상처를 치유하는 명실상부한 ‘녹색지대’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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