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올 추석 명절을 잘 보내셨지요? 예전과 달리 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환경이 안타까웠습니다. 어른들에게 피해를 드리지 않으려고 가지 않는다고 애써 자위해보지만, 마음은 여전히 편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저 고맙고 죄송할 뿐입니다. 예전에 기업 간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었습니다. 강의 중간에 ‘지금 이 자리에 오르기까지 당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누구입니까?’라고 물어보았습니다. 저는 그분들이 답을 ‘선생님’, ‘성경이나 불경’, ‘상사’, ‘운’, ‘노력’ 등일 거라고 여겼는데, 전혀 예상치 못한 답이 나왔습니다. 바로 ‘어머니’였습니다. 강의를 듣는 분들의 90% 이상이 그렇게 답했습니다. 

인터넷에서 읽은 글이 떠오릅니다. 사업하다가 큰 빚을 진 아들이 어머니를 찾아갔습니다. 어머니가 평소에 보석상자를 끔찍이도 아끼시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사정 이야기를 하고 그 보석상자 속의 보석들을 자신에게 달라고 부탁했습니다. 그러나 어머니는 절대로 안 된다고 하시며 상자를 아예 감추셨습니다. 아들은 무척 서운했습니다. 자신이 채권자들로부터 얼마나 시달리고 있는지를 잘 아실 텐데 말입니다.

몇 년 후, 어머니가 돌아가셨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아들은 어머니의 유품을 정리하다가 문득 그 보석상자가 떠올랐습니다. 어머니가 그토록 아끼시던 상자 속에는 과연 무엇이 들어있는지가 궁금해서 살며시 열어 보았습니다. 그리고는 이내 눈물을 쏟고 말았습니다. 자신의 행동이 얼마나 어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는지 상자를 열어본 순간 깨달았기 때문입니다. 상자 안에는 자신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 엄마에게 만들어드린 종이 카네이션 한 송이가 가지런히 들어 있었던 겁니다. 아들이 생각하는 보석과 어머니가 생각하는 보석은 이렇게도 차이가 큽니다. 도대체 어머니의 마음이란 얼마나 크고 깊은 것일까요. 생각만으로는 도저히 가늠할 수가 없습니다.

어느 목사님의 설교집에서 읽었던 이야기도 제 가슴속에 아직 깊이 담겨 있습니다. 천사가 이 땅에 산책을 나왔다가 돌아갈 시간이 됐습니다. 이 땅을 방문한 기념으로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구해 가져갈 생각으로 주위를 살피며 이곳저곳을 다녔습니다. 숲길로 들어서는 입구에 아름답고 다양한 꽃들이 즐비했습니다. 천사는 그것을 보며 감탄했습니다. 너무너무 아름다웠거든요. "아, 저 꽃들의 색깔과 향기 좀 봐. 저걸 꺾어서 가져가야겠어." 어느 시골집을 지날 때였습니다. 작은 방의 문이 열려 있어 안을 들여다보니, 작은 침대에 누워있는 아기의 미소를 보고 결심했습니다. "저 미소는 이 꽃들보다 더 아름답구나. 저것도 가져가야겠다"라고 마음먹었습니다. 

바로 그때였습니다. 침대에 누운 아기 쪽으로 엄마가 다가와 말합니다. "아가야, 잘 자거라. 아주 편안하게." 엄마는 아기의 볼에 뽀뽀해줍니다. 천사는 이것을 보고는, "아, 어머니의 사랑이야말로 내가 이 세상에서 본 것 중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구나. 저것도 가져가야겠다"라고 결심했습니다. 이렇게 천사는 ‘꽃’과 ‘아기의 미소’와 ‘어머니의 사랑’을 들고 하늘로 날아올랐습니다. 드디어 하늘 문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문만 통과하면 자신이 사는 천국이 나옵니다. 천사는 자신이 가져온 세 가지 보물을 점검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요? 놀랍게도 아름다운 꽃들은 시들어버려 볼품이 없었고, 아기의 미소는 찡그리고 있어 추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어머니의 사랑만큼은 그 본래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습니다.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것, 아무리 ‘내’가 잘못을 해도 언제나 다독거리고 안아주는 존재는 어머니밖에 없을지도 모릅니다. 내가 잘 되면 어머니도 기뻐하고, 내가 힘들어하면 나보다 더 힘들어하는 사람이 어머니입니다. 어머니에게 최고의 보석은 바로 ‘나’였던 겁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리 나이를 먹어도 어머니 앞에서 만큼은 누구나 철부지가 되나 봅니다. 오늘은 이 땅의 모든 어머니들에게, 그동안 채워주신 그 깊은 사랑을 되돌려드리고 싶은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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