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보 취재진이 수원시내 한 마트에서 구매한 번개탄.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본보 취재진이 수원시내 한 마트에서 구매한 번개탄.홍승남 기자 nam1432@kihoilbo.co.kr

자칫 스스로 목숨을 끊는 데 악용될 수 있는 ‘번개탄’ 구매가 손쉽게 이뤄지고 있어 판매 규제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

8일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전국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사례는 2018년 1만3천670건, 지난해 1만3천799건 등 연간 1만여 건을 웃돌고 있다. 올 들어서도 1∼6월 발생한 극단적 선택에 의한 사망자는 총 6천200여 명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6천780명)보다 7.4%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보건당국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사회적 고립과 경제적 어려움이 심화되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가 증가하는 상황을 우려하며 생명존중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및 극단적 선택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는 물건의 구입 시부터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도내 대형 마트와 슈퍼마켓 등에서는 본래 용도와 다르게 극단적 선택에 악용될 우려가 있는 번개탄을 구매할 경우 위험성과 올바른 사용법을 설명하는 과정이 전무한 상태다.

수원시보건소와 수원시자살예방센터는 번개탄과 같은 극단적 선택 수단을 통제해 악용을 예방하기 위해 지난해 7월 ‘생명사랑 실천가게’를 지정하는 등 ‘번개탄 판매 개선 캠페인’에 나섰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생명사랑 실천가게’는 번개탄 판매 시 구매자에게 용도를 묻고 위험성과 올바른 사용법을 안내하며 자살 예방에 동참하는 업소로 수원지역에는 총 25곳이 가입돼 있다. 그러나 이날 취재진이 ‘생명사랑 실천가게’에 가입한 수원지역 업소 3곳을 방문해 번개탄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번개탄의 위험성이나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안내를 받은 사례는 단 한 차례도 없었다.

번개탄 포장지에만 ‘생명은 소중합니다’, ‘삶의 희망이 보이는 전화’ 등의 문구가 포함돼 있었을 뿐 가게 내부에는 위험성을 알리는 홍보물조차 비치되지 않았다. 대형 마트 역시 번개탄을 구매할 때까지 올바른 사용법이 적힌 홍보물은 찾아볼 수 없었고, 직원들도 별다른 설명 또는 제지를 하지 않았다.

수원시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번개탄을 일반적으로 사용하기 위해 구매하는 고객이 대부분이어서 영업주와 직원들이 정확한 사용처를 구별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는 실정"이라며 "생명사랑 실천가게 관리·점검을 철저히 하는 한편, 올바른 사용법에 대한 홍보를 진행해 자살 예방과 생명존중 인식을 넓혀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강우 기자 kkw@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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