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꿈의학교] 광주 ‘청소년 공연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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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꿈의학교] 광주 ‘청소년 공연전문가’
나고 자란 고장에 대한 자부심 품고 ‘예비스타’ 무대로
  • 전승표 기자
  • 승인 2020.10.12
  • 1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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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들은 고민이 많다. 친구와의 관계, 좋아하는 이성에 대한 문제, 잔소리로만 들리는 어른들의 조언 등. 그러나 무엇보다 명확하지 않은 미래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큰 고민이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모든 것을 알 수 없다 보니 걱정이 앞서고 이를 헤쳐 나갈 방법조차 알 수 없는 탓이다.

 아직 진로에 대한 계획이나 꿈이 없는 청소년들은 조금이라도 불안한 마음을 해소하기 위해 대학 입시 준비에 몰두하며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른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이미 같은 고민을 해 봤고, 이를 헤쳐 나와 사회 각 분야에서 활동 중인 어른들은 청소년들이 꿈을 찾아 성장할 수 있게 도와 미래의 훌륭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이끌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갖췄기 때문이다.

 경기도교육청의 ‘경기꿈의학교’는 이를 실현하는 프로그램으로, 지역 각 분야 전문가들이 직접 나서 청소년들이 다양한 진로를 스스로 체험하고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도 이 같은 이유에서 시작됐다. 

 문화소외지역인 광주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는 지역의 전문예술가들이 공연전문가를 꿈꾸는 청소년들에게 양질의 문화예술교육 기회를 제공한다.

 올해로 운영 6년 차를 맞이한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를 들여다봤다. <편집자 주>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 학생들이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청소년을 미래의 마을 청년으로

‘청소년을 미래의 마을 청년으로.’ 광주시 청석로, 경안천을 바라보고 있는 언덕 위에 자리잡은 극장 ‘청석에듀씨어터’ 입구에 적힌 글귀로,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를 운영하고 있는 극단 ‘파발극회’의 모토다.

파발극회의 대표이자 ㈔광주시연극협회장, ㈔한국소극장협회 부이사장인 동시에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의 꿈지기(운영자)를 맡고 있는 이기복 대표는 "우리가 길러내는 청소년들이 전 세계를 주름 잡는 스타가 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다. 그저 이 동네에서 행복한 예술교육을 받고 동네의 주역인 마을 청년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기르기 위해 교육을 진행하면서 갖게 된 목표"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5년 처음 꿈의학교 운영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당시 광주하남교육지원청으로부터 꿈의학교에 참여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는데, 그 내용을 들어보니 이미 지난 30여 년간 해 오던 활동 및 목표와 같았다"며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긍지를 느낄 수 있도록 돕는 일이라고 생각해 기꺼이 참여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의 철학은 그의 삶과 맞닿아 있었다. 그는 1981년 경화여자중·고등학교(당시 경화여중·경화여자상업고등학교)에 윤리 교사로 부임한 뒤 2011년까지 30년간 교사로 근무했다.

이 대표는 "군 전역 직후 경화여중에 부임해 학생들의 생활지도를 맡았는데, 학생들이 작은 일탈을 즐기거나 자퇴 또는 다른 도시로의 전학을 선택하는 경우를 자주 봤다"며 "그 원인을 찾아보니 당시 광주는 지역문화가 많이 쇠퇴해 있었고, 특히 청소년 문화가 전무한 상황 때문인 것을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어 "이로 인해 청소년들은 자신이 태어나고 자란 지역에 대한 긍지가 없었고, 심지어 ‘부모를 잘못 만났다’며 어떻게 해서든 서울로 가려는 생각만 갖고 있었다"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학원에서 연극연출을 전공한 경력을 살려 1982년 3월 중학교에 연극반 ‘아미카’를 창단했다. 처음에는 연극에 관심이 없던 아이들뿐이던 연극반은 점차 진로를 공연 분야로 정하고 찾아온 학생들까지 참여하며 규모가 커졌다"고 덧붙였다.

이를 통해 연극을 처음 접했던 학생들 중 일부는 연극영화과 또는 대학로 연극극단 등으로 진출했고, 일부 제자들은 다시 지역으로 돌아와 자신들의 경험을 떠올리며 지역 내 극단 창단을 제안했다.

이 대표는 마침 경기도에서 개최한 아마추어연극제에 졸업생을 포함한 제자들과 함께 참가해 받은 상금을 활용, 1993년 광주지역 첫 연극극단인 ‘파발극회’를 창단한 뒤 1997년 학교 내 소강당을 리모델링해 ‘경화소극장’을 만들었다. 2005년 광주시내에 ‘광주예술극장’을 마련하면서 규모를 더욱 키웠고, 이를 통해 경화여중·고 학생뿐만 아니라 공연계로 진로를 계획한 타 학교의 학생들도 지도했다.

이 대표는 "이때부터 광주지역에 연극이 전문화되기 시작했다"며 "하지만 발성 연습 등으로 인한 소음이 발생하자 주민들의 민원이 제기됐고, 서울에서 음악교사로 교편을 잡고 있던 부인과 상의 끝에 퇴직 후 극장을 짓기로 하고 2013년 2월 지금의 자리에 청석에듀씨어터를 개관했다"고 말했다.

청소년 예술교육 전용 공연장인 청석에듀씨어터는 청소년들이 마음껏 자신의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해 공연장은 물론 규모가 큰 연습실 2곳까지 갖췄다.

그는 "이 공간은 1999년 노르웨이에서 개최된 ‘ASSITEJ(Association Internationale du Theatre de l’Enfance et la Jeunesse, 세계아동·청소년연극협회)’ 세계총회에 한국대표로 참가해 유럽의 발달된 공연예술을 접하면서 광주지역 청소년을 위한 예술교육에 평생을 바치겠다고 한 결심을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이 같은 소개처럼 현재 이 대표는 극단과 졸업생, 청소년 및 광주시민 등 연간 2만 명 정도의 발표 및 교육공간으로 극장을 활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열심히 연극을 해서 잘사는 것이 목적이 아닌, 연극을 통해 행복해지는 것이 예술교육의 목적"이라며 "꿈의학교를 통해 청소년들이 자신이 살고 있는 우리 지역에 대한 긍지를 느끼길 바란다"고 전했다.

‘청석에듀씨어터’ 전경.
‘청석에듀씨어터’ 전경.

# 행복한 삶을 살 수 있는 방법을 가르치다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지난해까지 15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60여 명은 연극영화 또는 뮤지컬을 대학 전공으로 선택했다. 이는 적어도 60여 명의 청소년들이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를 통해 자신의 진로를 찾았거나 막연했던 진로에 확신을 가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이 같은 성과는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의 운영 방식을 통해 가능했다.

30년간 교직에 몸담으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연극을 교육했던 이 대표를 비롯해 공연기획자와 연출가·극작가·연기자는 물론 무대·조명·음향감독 등 지역 전문예술가들이 직접 청소년들을 전문적으로 지도한 덕분이다.

현재 ‘청소년공연전문가 꿈의학교’에 참여하는 청소년들은 스스로 ▶공연기획 ▶대본창작(극작반) ▶작품제작(연출반) ▶연기훈련(연기반) ▶공연디자인(스태프반, 조명·음향) 등 자신이 희망하는 공연전문가 과정을 체험하며 꿈을 키우고 있다. 올해도 2명의 고3 학생을 포함해 모두 40여 명의 중고생이 참여 중이다.

이 대표는 "우리 꿈의학교에서는 ‘모든 것을 다 허용한다’가 아이들에 대한 첫째 원칙으로, 예를 들어 단 한 명이 와서 연습을 하고 싶어 하더라도 허용한다. 스스로 하겠다고 할 때는 막지 않는 것"이라며 "다만, ‘안 돼요, 싫어요, 못해요’라는 말들은 사용 금지다. 대부분 처음에는 춤을 추는 것과 노래를 부르는 것 모두 어려워하지만 일단 한 번 해 보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대표는 이보다는 지역사회의 인식 변화가 진정한 꿈의학교의 성과라고 얘기했다.

그는 "꿈의학교의 운영 시간이 늘어나면서 학부모 등 기성세대가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각과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 등 현재의 교육 방식에 문제의식을 갖게 됐다"며 "지역에 숨어 있던 각 분야 전문가들도 수면 위로 나와 자신의 능력을 청소년 성장에 기여하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또 "특히 시니어들이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에게 지식과 함께 삶의 지혜를 전달하며 광주지역 청소년을 미래 마을의 중심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 의미 있다"며 "마을은 주니어와 시니어가 어우러져 생활하는 곳이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교사 시절부터 지역 청소년들에게 연극 체험을 제공해 삶을 긍정적이고 열정적으로 살도록 가르쳤다"며 "청소년이 행복해야 우리 사회가 행복해지고 건강해진다는 가치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꿈의학교는 청소년들에게 행복하게 사는 방법을 알려 주는 곳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청소년들이 어떤 특정 목표에 집착하며 불필요한 경쟁을 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꿈을 키워 나가고,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면서 행복한 삶을 누려 갈 수 있도록 가지고 있는 모든 능력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전승표 기자 sp4356@kihoilbo.co.kr

※ ‘학생이 행복한 경기교육’은 경기도교육청과 기호일보가 함께 만들어 가는 교육섹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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