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9일 한글날을 앞두고 있었던 일이다. 기자들끼리 서로 묻는다. 너네 회사 빨간 날 신문을 발행하느냐고. 올해 한글날은 토·일요일과 연달아 있어 더 관심이 많았다. 달력의 검정글씨 중간 빨간 날이 있으면 신문을 그대로 찍는다. 금요일이나 월요일이 빨간 날이면 최근 신문을 찍지 않았다.

 A사의 발행 여부를 물었다. 종이신문은 안 찍고 인터넷만 낸다고 했다. B사는 다른 신문사들 동향을 살피고 있었다. A사가 방향을 바꿔 신문을 찍는 등 3개 회사가 신문을 발행한다는 것을 B사는 파악했다. 그러나 B사는 한글날 신문을 찍지 않았다. 최근 디지털퍼스트 추세를 감안한 결정이었다.

 사실 한글날 신문을 찍네 마네 하면서 데스크 입에서 "한글날 신문 발행은 낭비"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지난해 7월 수도권매립지관리공사는 ‘온라인 기사 검색이 보편화됨에 따라 종이신문 활용도 및 병행 중인 전자스크랩으로 일원화해 비용·행정력·자원 등을 절감하고자’ 한다며 19개 종이신문을 절독하기로 했다. 연간 약 2천300만 원이 절감된다고 하면서. ‘자원’을 절감한다는 것은 SL공사다운 결정이다.

 얼마 전 친구가 신문 좀 가져달라고 했다. 웬일이냐고 물으니 삼겹살 구워먹을 때 깔겠다고 한다. 창문 닦고 생선 구울 때 후라이팬 뚜껑으로도 쓴다고. 며칠 지난 신문 20부 정도를 갖다 줬다. 1부당 600원이니 1만2천 원이다.

 2016년 5월 전북일보는 신문지 활용법 카드뉴스를 만들었다. 냄새나는 신발에 구겨 넣는다. 유리창을 닦는다. 음식을 먹을 때 깐다. 신문 가운데를 도려내 먹을 때 앞치마로 쓴다. 택배 완충재 활용과 신문지를 말아 야구를 한다 등이다. 그래도 마무리는 ‘역시 종이신문의 가장 큰 재미는 읽는 맛’이라며 끝냈다. 디지털시대 종이신문의 아픔을 콘텐츠로 제작한 전북일보에 박수를 보낸다. 

 디지털퍼스트로 가야 한다는 바람이 불 때가 있었다. 근데 어느 시점부터 다시 옛날로 돌아가고 있다. 디지털보다 종이가 먼저다. 이제라도 다시 디지털퍼스트를 시작해야 하나. 시작이 반일까. 박명수가 그랬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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