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윤관석 국회 정무위원장

인천국제공항은 2018년 기준 국제 여객 수송 분야 세계 5위, 화물 수송 분야 세계 3위를 차지하며, 지난해 하루 평균 1천100여 대의 항공기가 전 세계 143개 도시를 연결하고 있는 명실공히 세계 최고의 공항이다. 그러나 이런 인천국제공항에 당연히 있어야 할 항공정비업(MRO)단지가 없다. 누가 봐도 비정상적 상황이다. 

지금이라도 이러한 비정상적 상황을 개선하고자 지난 20대 국회에서 항공정비업(MRO)를 포함한 인천국제공항공사의 기능을 보강하기 위해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좌절됐다. 이에 21대 국회가 시작하자마자 다시 대표발의했다. 그러나 이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어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 개정안을 반대하는 사람들은 ‘왜 MRO단지를 인천국제공항에 조성해야 하는가’를 묻는다. 하지만 나는 ‘어째서 최적의 입지를 두고 다른 곳에 MRO단지를 조성하려 하는가’를 되묻고 싶다. 인천국제공항은 전 세계 85개 항공사가 집결하는 ‘메가 허브 공항’으로서, 정비 소요 시간과 비용을 가장 효율적으로 줄일 수 있고, 인력수급과 항공 정비부품 수송에 적합해 MRO단지 조성에 최적의 입지이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MRO 산업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갈 핵심 동력 사업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에 이미 미국·유럽은 물론 싱가포르나 아랍에미리트와 같은 신흥 항공 강국들은 앞다퉈 MRO산업을 육성하고 있다. 하지만 비상식적인 반대에 가로막혀 최적 입지를 두고도 MRO단지가 조성되지 못해 우리나라 항공산업은 도태되고 있다.

이 부작용은 이미 여러 방면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여객과 비행 편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MRO업체는 17개에 불과하다. 이는 1천300여 개 미국 업체와 800여 개 중국 업체, 100여 개의 싱가포르 업체에 비하면 너무나도 미미한 숫자이다. 

이러한 한국의 정비 인프라 부족은 자국 항공기 정비 물량의 54%가 해외에서 정비·수리를 받게 만들었으며, 이로 인한 국부 유출은 현재 한국 MRO 전체 작업의 절반 이상인 1조4천억 원에 달한다. 

국부만 유출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관문이자 얼굴인 인천국제공항의 위상 또한 흔들리고 있다. 지난 5년간 항공기 정비 미흡으로 인한 지연·결항 등 비정상 운항 건수가 5천여 건에 달했고, 지연·결항률도 연평균 10%씩 증가했다. 이 역시 세계 항공운송 규모 6위를 차지하고 있는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는 작은 규모의 항공정비사업 때문이다.

삶의 공간을 마련하든 장사를 하든, 가장 알맞은 지역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가장 알맞은 지역을 차지하고자 하는 경쟁도 치열하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치러야 하는 비용도 높다. 남들은 재화와 시간을 쏟아부어 조성해야 하는 탄탄한 기반과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입지를 이미 ‘인천국제공항’은 갖고 있다. 왜 이러한 상황을 외면하려는가?

우리는 지금 자국의 항공기뿐만 아니라 해외 항공기 정비 물량을 유치해 국부를 증가시켜 국가 경쟁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있다. 이에 하루라도 빨리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안’을 통과시켜 항공산업발전 기회를 지금이라도 잡아야 할 것이다. 기회는 기다려주지 않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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