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윤인현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 영화에서 어느 배우가 내뱉은 대사다. 영화는 공전의 히트를 쳤고, 그 배우 역시 대중들로부터 사랑받았다. 영화 대사처럼 상대방 아버지의 직업을 비롯한 호구조사를 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일까? 적어도 지금의 관점으로는 아닌 것 같다.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뿐 아니라 인권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릿고개 시절 끼니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던 때의 인사가 "식사는 하셨어요?"였다. 요즘 친한 사이에 "밥은 먹고 다니니?" 정도의 안부를 묻는 말이었다. 이처럼 상대방 안부를 세세하게 물어주는 것이 좋은 사람일까? 아니면 가족들의 안위만 챙기는 사람이 좋은 사람일까? 

사서(四書)의 하나인 「대학」에 6조목이 있다. 성의(誠意)·정심(正心)·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평천하(平天下) 등의 본말(本末)로 나눠진다. 예부터 사람 노릇 잘하고자 하는 분들은 본(本)인 ‘성의, 정심, 제가’ 곧 ‘뜻을 정성스럽게 가지고’, ‘마음을 바르게 하며’, ‘집안을 가지런하게 하는 것’을 우선시했다. 그런 후 말(末)인 ‘나라를 다스리고’, ‘천하를 평안하게 한다’고 했다. 본말이 전도되면 세상이 어지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만 살펴봐도 제가(齊家)가 안돼 치국(治國)까지 망친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위정자는 ‘수신’과 ‘제가’를 중시해야 한다. ‘제 몸을 잘 닦고 집안을 가지런히 한다’는 것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부터 사람 노릇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령 자녀에게 맛있는 음식을 해주고 철 따라 예쁜 옷을 사 입히면서도 연로하다는 핑계로 부모님을 요양원이나 양로원 등에 보내 방치한다면 그 또한 집안을 가지런히 하는 것은 아니다. 언뜻 보면 요양원으로 모신 부모에게 잘하는 듯이 보이지만, 그들의 의향을 물어보지 않아 진정으로 좋은 행위는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논어」 위정편 ‘능양’장에 자유(子游)가 ‘효는 봉양만 잘하면 되냐’고 여쭈니, ‘봉양만 잘하고 공경하지 않으면 개나 말을 기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라고 공자는 반문했다. 제 자식이 예쁘면 연로하신 부모님께도 공경하면서 봉양을 정성껏 해야 한다는 말이다. 그런 삶이 최고일 것이다. 

요즘 우리 사회는 ‘공직자의 도덕성 범주’를 두고 갑론을박이 뜨겁다. 공직자의 도덕성이 우선인지 그 가족의 도덕성까지 물어야 되는지 연일 언론매체의 기사를 달군다. 이는 영화의 대사 "느그 아버지 뭐 하시노?"처럼 자신과 관련이 없는 부분을 묻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인다. 처음 만나는 사이인데도 집안의 대소사를 물어보는 것이나 학창시절 시시콜콜한 가정사를 조사당한 기성세대들은 이와 같은 일에 별 거부감이 없다. 하지만 요즘 취업할 때 자소서만 받고 면접 시 블라인드 면접을 행하는 만큼 본인 이외의 것은 중요치 않다. 그러면 공직자의 윤리도 ‘본인만 제대로 행하면 되지 않느냐?’는 반문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공직자는 개인의 삶뿐 아니라 조직과 더 나아가 우리가 속한 사회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그를 비롯한 가족들에게 도덕적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공직자는 공권력을 이용해 사리사욕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이익은 가족들에게도 미치기에 도덕성이 요구되는 것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좋은 사람에 포함될 수 있는 공직자는 그 가족까지도 도덕성에 흠이 적은 사람일 것이다. 진정으로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착한 사람이나 악한 사람들 모두가 좋아하는 사람일까?’ 아니면 ‘착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악한 사람들이 미워하는 사람일까?’ 아마도 후자일 것이다. 착한 사람들이 좋아하되 악한 사람이 미워하지 않는다면 그는 악한 사람들에게 잘 보일 만한 일을 했다거나 적어도 그들이 싫어할 만한 행위는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래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그 사람이 좋은 사람이거나, 일부가 미워한다고 해서 반드시 나쁜 사람은 아니다. 그러면 위정자나 공직자의 자세는 어떠해야 좋은 사람일까? 민주주의 사회는 대중의 마음을 얻어야 정치도 행할 수 있다. 그렇다고 대중들의 무조건적인 지지를 받기 위해 도리가 아니 길을 가야 되는 것은 아니다. 성의와 정심에 따라 정책을 정립하고 수신과 제가를 잘해서 도덕적으로 흠이 적은 사람이라면 착한 사람들이 좋아하는 진정으로 좋은 사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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