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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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단상
  • 전승표 기자
  • 승인 2020.10.13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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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여느 때와 다른 아침 출근길을 맞고 있다. 가을이 되면서 선선해진 날씨와 쾌청한 하늘, 또 예년보다 좋아진 공기 덕분에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있다. 비록 코로나19 여파로 감염을 우려해 대중교통 이용보다는 자가용을 이용하는 시민들이 늘어나면서 도로는 밀리고 혼잡하지만, 오랜만에 가을다운 가을을 보내고 있는 중이다. 

개인적으로 가을은 사계절 중 가장 좋아하는 계절이다. 어렸을 때부터 그랬다. 봄은 나른해져서, 여름은 더워서, 겨울은 추워서…. 이유는 단순했다.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이후에는 갈수록 짧아지는 가을이 못내 아쉬워 더 소중하게 가을을 보냈다. 가을을 보내는 방법은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점심식사 후 짧은 산책과 일주일에 하루뿐인 휴일에 가까운 공원을 찾거나, 근교로 드라이브를 다녀오는 정도였다. 그래도 그 시간들은 늘 가슴속에 남아 생활의 활력이 됐다.

그런데 올해는 가을을 즐기지 못하고 있다. 굳이 말할 것도 없이 코로나19가 그 원인이다. 이제 갓 두 돌을 앞두고 있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사람들이 많은 곳을 다녀오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그나마 지난 추석 연휴에 집에서만 시간을 보내는 아이를 보기 안타까워 가까운 한국민속촌을 찾은 것이 위안이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는 아이는 예상보다 더 즐거워했고, 그런 아이를 바라보는 마음은 더 아팠다. 

이제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1단계로 하향 조정했다. 다만, 아직 코로나19가 완전히 종식된 것은 아니기에 이 시기만 잘 보낸다면, 우리 사회는 곧 일상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는 하향됐지만 언제 또다시 상향 조정될지, 또 언제나 이 상황이 끝날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을이 시작되면서 믿고 따르던 사람과 이별을 하게 된 뒤 주어진 물리적·정신적 압박이 커서다. 

수습기자 시절 다른 기자들에 비해 많이 느렸던 후배를 믿고 아껴주며 끌어준 사수이자, 최근까지도 직속 선배로서 여전히 후배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던 한 선배가 이직하면서 생긴 빈자리를 대신해야 하는 부담감이 크다. 지난 주말 이런 마음을 달래고자 가족과 함께 외출이라도 하고 싶었지만, 코로나19가 두려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의 상황이 너무도 아쉽고 슬프다. 하지만 삶의 순간순간이 마냥 좋을 수만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에, 벌써 조금씩 끝을 보이고 있는 이 가을을 조금이라도 더 즐겨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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