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아동 성범죄를 막기 위해 다방면의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지만, 안타깝게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고 한다. 경찰청이 밝힌 ‘아동 대상 성범죄(12세 이하) 발생 현황’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2017년 1천261건, 2018년 1천277건, 2019년 1천374건을 기록했다. 특히나 걱정스러운 건 경기도 상황이다. 2017년 287건, 2018년 314건, 2019년 387건이 발생했다. 연평균 증가율로 보면 전국 대비 3배 이상 높은 수치다. 3년치 합계(988건)로 따져봐도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2%로 압도적인 1위다. 

비슷한 규모의 서울(585건)이 15%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도에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대해선 누구나 공감할 듯하다. 문제는 ‘어느 부분에 대한 대책이냐’라는 점이다. 범죄자에 대한 처벌 강화와 신상 공개, 전자발찌 착용, 출소 후 격리·보호 수용 등 재범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은 계속돼야 한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범죄 발생을 억제하는데 한계가 있다.

아동 성범죄는 말 그대로 ‘연령적·정서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놓여 있는 대상’에게 일어나는 범죄다. 가해자들은 이런 취약점을 노려, 그루밍(길들이기) 기술을 사용한다. 은밀히 접근해 원하는 것을 제공하며 마음을 얻고, 특별한 관계를 만들어 가면서 성폭력에 무딘 환경을 조성한 후 범죄를 저지른다. 온-오프라인 범죄 모두가 이러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그루밍은 신뢰와 안정감을 제공하면서 길들이고 통제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피해자가 자발적으로 참여했다는 인식까지 갖게 만든다. 범죄가 잘 드러나지 않고 지속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아동 성범죄를 막으려면 그루밍 개념을 이해하고, 이것이 어떤 매커니즘으로 진행되는지 식별하는 게 필수적이다. 이러한 정보를 부모 및 아동에 대한 보호 행동 교육에 활용하고, 사회 전체의 인식 수준을 제고함으로써 범죄 실상에 대한 경고망을 촘촘히 짜나가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더불어 현행 아동 관련 기관 종사자의 ‘신고의무제’도 시급히 확대해야 한다. 공공기관 및 청소년 시설뿐만 아니라 일반 사교육 시설과 체육시설 종사자까지 범위를 확대해야 빈틈에서 기생하는 범죄를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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