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전재학 인천 세원고등학교 교감

중·고등학교 시절에 받는 장학금은 여러 가지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일부 학생에게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도 누군가 따뜻한 도움의 손길에 감사하는 마음과 함께 이를 계기로 학습에의 의지를 불태우는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또 다른 학생에게는 탁월한 능력에 대한 인정과 보상, 더 잘하라는 격려의 의미를 내포한다. 장학금으로 인해서 학생에게는 평생을 잊지 못할 자긍심과 함께 사회의 따뜻한 사랑에 대한 보답으로 나중에 자신이 또 다른 기부자가 돼 받은 사랑을 되돌려주는 선순환 효과를 내기도 한다. 왜냐면 사랑은 받아 본 사람만이 더 잘 베풀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사랑과 사랑이 아낌없이 오가는 사회의 모습은 생각만 해도 흐뭇하다. 중요한 것은 그 속에 교육이 함께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필자가 재직하는 학교는 주위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기존 일반 주택과 혼재해 개발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주변에는 계양 신도시 후보지가 있다. 이곳에는 열성적으로 생계를 유지하며 살아가는 전통시장 소상인들의 눈물겨운 애환이 함께한다. 그러나 어려울수록 이웃과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이 우리 민족의 유구한 전통이던가. 지역의 어려운 학생을 도우려는 상부상조 정신은 지역의 빛과 소금이 되고 있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듯 작은 정성이 모여 이룬 숭고한 장학금이 울림을 주고 있다. 인천의 계양구에 위치한 계양산 전통시장(옛 병방시장)에서는 상인과 종업원들이 ‘만원의 행복 장학회’를 설립했다. 총 130명인 장학회원은 매월 만 원씩 적립해 연간 1천300만 원의 장학금을 기탁하는 것이다. 작년에 이어 올해 2년째 거행되는 장학회 사업은 특히나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모두가 힘겨워하는 올해, 더욱 그 의미가 크다.

 본교는 매년 경제적으로 어려운 13명의 학생들이 1인당 월 10만 원씩 1년(방학 제외)에 100만 원씩 장학금을 받고 있다. 장학회의 취지에 맞게 학교에서는 학년별로 담임 교사가 적합한 학생을 추천하고 장학위원회는 최종 학생들을 선발하고 있다. 그들에게 장학금은 가뭄에 단비처럼 큰 도움을 주고 있다. 감사 편지를 통해서 드러난 학생들의 마음에서 알 수 있다. 그들의 다양한 글 속에는 고마움을 잊지 않고 반드시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마음도 있고, 열심히 공부해 자신의 꿈을 이루겠다는 학생도 있으며, 나중에 자신도 남을 돕는 사람으로 평생을 살아가겠다는 학생도 있고, 공부를 더욱 열심히 하는 것이 학생으로서 은혜를 갚는 것이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다. 학생들은 그렇게 정서적으로 한 뼘씩 성장하고 있다. 

 필자는 2학기 시작과 함께 9월에 시장에 위치한 장학회를 방문했다. 1학기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웠던 까닭이다. 교무부장, 1·2학년 학년부장과 함께 학교장의 감사 인사를 대신 전하고자 하는 취지였다. 장학회 회장님은 학교에서 준비한 작은 선물에 난색을 표하며 "이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저희는 어떻게든 장학 사업을 확대해 더 많은 학생들이 도움을 받아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학생으로 성장해 지역사회를 위해 공헌할 수 있는 인재가 되길 바라는 마음뿐입니다"라며 장학회의 의지를 다시금 피력했다. 

 학교는 숭고한 장학금의 의미를 살려 보다 적합한 인재를 보다 능동적으로 선정하고자 한다. 예컨대 경제적 어려움이 크나 배움과 성장에의 열망을 가진 학생이 스스로 자신의 포부를 밝혀 사전에 장학회의 뜻을 충분히 인식하도록 연계할 것이다. 이는 교사의 추천이란 수동적인 기준에서 벗어나 변화 가능성이 큰 학생을 발굴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 학생들의 인성이 나누고 베풀고 배려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다 아름다운 공동체를 만드는 미래의 인재가 됐으면 한다. 장학금이 학생의 운명을 바꾼 사례는 많다. 그런 학생을 키우는 것도 우리가 담당할 소중한 교육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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