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도 없이
99분 / 범죄 / 15세 관람가

범죄조직의 하청을 받아 근면·성실하게 전문적으로 시신 수습을 하며 살아가는 ‘태인’과 ‘창복’. 어느 날 단골이었던 범죄조직의 실장 ‘용석’에게 부탁을 받고 유괴된 11살 아이 ‘초희’를 억지로 떠맡게 된다. 그런데 다음 날 다시 아이를 돌려주려던 두 사람 앞에 용석이 시신으로 나타나고, 두 사람은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게 된다.

 영화 ‘소리도 없이’는 제목 그대로 99분간 사실상 무성영화로 흘러간다. 태인은 대사가 한마디도 없고, 다른 인물들도 달변가인 사람이 없다. 말 없는 태인과 신앙심 깊은 창복은 생계를 위해 부업으로 범죄조직이 저지른 살인 뒷처리를 하며 범죄에 가담한 공범이지만 근면·성실한 생활인이라는 독특한 캐릭터로 흥미를 더한다.

 영화는 선악의 판단을 유보한 채 복잡한 현실 속 무감각하게 일상을 살아내는 현대인의 모습을 조명한다. 연출을 맡은 홍의정 감독이 당초 고려했다는 제목 ‘소리도 없이 우리는 괴물이 된다’에서도 이런 의미가 엿보인다. 

 창복은 태인에게 늘 기도 테이프를 들으라며 잔소리를 하고, 자신 또한 기도를 하며 안정을 찾는다. 태인 역시 말은 하지 않지만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청년의 모습 그 자체다. 마치 부자 관계처럼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의 관계는 ‘소리도 없이’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두 사람이 11살 초희를 맡게 되면서 상황은 급변한다. 처음엔 하루였지만 어느새 진짜 ‘유괴범’이 돼 버린 두 사람의 인생이 뒤흔들리는 과정은 긴장감이 넘친다. 특히 태인과 초희가 서로에게 의지하고 도움을 주면서도 날카롭게 대립하는 감정선이 그려지며 모호한 선악의 경계를 보여 준다. 

 이 영화는 배우 유아인과 유재명의 파격 변신으로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유아인은 말은 없지만 몸으로 일하는 태인 역을 맡기 위해 삭발과 함께 무려 15㎏을 증량하며 이미지를 더욱 견고하게 만들었다. 유재명은 말은 많지만 다리가 불편한 창복 역을 맡아 다양한 감정 변화를 밀도 있게 그려 내며 극에 활력과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두 배우는 35℃가 넘나드는 무더위 속에서 전신을 뒤덮는 비닐 옷과 헤어캡, 고무장갑까지 착용하며 연기에 임하는 열정을 보이며 영화에 대한 기대를 높였다. 영화 ‘소리도 없이’는 15일 개봉한다.

   홍봄 기자 spring@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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