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인천시북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이미영 인천시북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

초등학생 시절 나의 꿈은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였다. 마침내 나는 교사의 꿈을 이뤘고, 꿈 많던 햇병아리 영어교사로서 출발해 교감, 교장, 장학사, 장학관을 거치면서 35년 동안 나의 청춘과 열정을 바쳐 나름 열심히 해 왔다고 생각하지만 좀 더 열심히 할 걸, 학생들에게 좀 더 따뜻하게 대할 걸, 동료 교사들과 좀 더 많이 소통하고 공감하며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좀 더 고뇌하고 노력할 걸 하는 후회가 생기던 차에 뜻밖에도 교육지원국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을 맡게 됐다. 이제 내 생애의 전부인 교육자로서 정점에 왔다는 생각으로 나의 지난 교사 시절을 반추해보게 된다.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이었을까? 한 명 한 명 기억나는 이름들을 불러보니 아이들이 웃는 학교 풍경이, 교실이 참 그립다. 아직도 내 꿈은 푸른 보리처럼 쑥쑥 자라는 아이들에게 때론 징검다리도 돼주는 좋은 선생님이 되는 거다. 시대에 따라 해야 할 일은 조금씩 달라지고 좋은 선생님의 기준도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교육의 기준은 우리 아이들이란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네잎 클로버를 따던 소녀들이 어엿한 사회인, 학부모가 돼 불쑥 찾아오기도 한다. 그때 좀 더 따뜻하게 이해해주고 안아줄 걸…. 

한 명 한 명에게 소홀함이 없도록 눈길을 주었었던가? 내가 놓치고 보지 못한 아이들의 아픔은 없었을까? 나름대로 열심히 했다고 생각하지만 그러지 못했던 아이들에 대한 후회와 미안함이 가득 밀려온다. 아이들은 모두 각자가 빛이 나는 존재인데… 그때는 옳았지만 지금은 아닌 이야기들이 나에겐 너무나 많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돼버린 지금 나는 향수병처럼 아이들을 그리워하고 그리운 만큼 마음 한편이 아리고 아파 오기도 한다. 한없이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고, 여전히 아이들이 지닌 순수함과 초롱초롱한 눈동자들이 보이는 듯하다.

코로나19로 촉발된 불안과 위험의 시대를 건너는 우리 일상과 생각의 표준은 뉴 노멀(New Normal)이라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만들었다. 마스크가 일상이 되고, 변화된 일상은 모두에게 어려움과 후유증을 안겨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이러한 때 선생님들의 노고 또한 남다르지 않다. 코로나가 기폭제가 돼 세상이 갑자기 확 달라졌고 학교 교육도 변화했기 때문이다. 최첨단 기술이 교육과 만나면서 교실 수업의 새로운 변화를 가져 왔다. 평소 해오던 수업방식을 벗어나 원격수업 준비며 학생들의 학습격차와 학습 결손을 최소화하고자 다양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 

또 학생들의 안전과 방역 업무에 이르기까지 실로 업무 폭탄이다. 그래도 불평 없이 오직 아이들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선생님들과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 주시는 학부모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해 드리고 싶다. 학교는 단지 아이들에게 지식만을 가르치는 곳이 아니라 선생님 선후배 또래 친구들과 관계 맺는 법, 소통하는 법,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 이해하고 공감하는 법, 협력하는 법을 배우는 곳인데 아이들을 온라인으로만 만나다 보니 아이들의 가슴에 어떤 마음들이 자라고 있는지 알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줌(Zoom)으로, SNS로, 전화로…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선생님들의 노력이 빛나는 요즘이지만 그럼에도 실지 아이들을 만나지 못하니 마음이 휑한 것도 사실이다. 어느 학교 교문에 걸려 있던 ‘너희들이 와야 학교는 봄날’ 이라는 글귀가 서럽기까지 하다. 우리에게 아이들의 웃음과 함성 가득한 그 봄날이 있기나 했던 것인지도 잊은 채 무심한 계절은 어느덧 가을로 들어섰다. 푸른 하늘을 보고 있노라니 거기 아이들의 가을 운동회가, 가을 소풍이, 와글와글 함성이 그려져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걸까? 가끔은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 본다. 어느 위치 어느 자리에 있든 거기에 맞는 역할과 책임이 있게 마련이다. 계속 배우고 진화하지 않으면 살아남지 못하는 평생학습의 시대, 오늘도 배우며 나에게 주어진 길 위에서 나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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