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김준우 인천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코로나 사태 이후 우리 생활의 가장 직접적인 변화 중에 하나는 이미 필수품이 된 마스크 쓰기이다.  어쩌다 마스크 없는 사람을 만나게 되면 먼저 경계하고 피하게 될 정도이다. 코로나 백신도 가까운 시일 내에 어렵다고 하는데 마스크가 일상화된 미래를 생각해보는 것도 나름 의미가 있다. 

그렇다면 마스크를 쓰고 있는 사람들의 행태와 이들에 의한 사회 변화를 살펴보는 것이 순서일 것이다. 현재 마스크는 방역을 위해 쓰고 있지만 마스크 즉 가면을 쓰는 원래 목적은 크게 두 가지이다. 가면이 나타내는 상징과 자신을 동일시하려고 하는 경우와 아니면 상징을 앞세우고 자신은 숨기 위한 경우이다. 전자는 가면을 쓰고 하는 중국 경극이나 우리나라 탈춤이 그런 경우가 될 것이고 후자는 신분이 노출되는 것을 꺼리는 범죄 행위에 해당한다. 

문제는 이 후자의 경우이다. 사실 가면의 특징은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데 있다. 예컨대 가면을 쓰게 되면 절제되지 못한 행동을 하기 쉽다는 것이다. 자신의 신분이 감춰지면 이성적인 행동보다는 본능이나 감정에 따라 함부로 행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그래서 으슥한 골목에는 어김없이 방범 카메라를 설치하는 것이다. 또 다른 가면의 특징은 공격적이고 폭력적이 된다는 것이다. 상대방이 알 수가 없기 때문에 대담한 행동을 할 수 있고 남의 공격에 쉽게 편승하기 쉽다. 

몇 달 전 대한항공 시위대가 근대 영국 혁명가 가이 포크스 얼굴을 뜬 가면을 쓰고 시위를 했고 홍콩의 시위대 역시 우산을 쓰고 정부와 맞섰다. 우리나라 봉산탈춤에서 마당쇠가 양반에게 강한 욕설을 할 수 있었던 것도 가면 덕분이다. 이렇듯 자신을 숨기는 일이 극한에 이르면 자기 기만에 빠질 수 있다. 「우리는 왜 자신을 속이도록 진화했을까?」를 쓴 진화 생물학자 로버트 트리버스는 우리는 남을 잘 속이도록 하기 위해 자신을 먼저 속인다고 한다. 이처럼 자기를 감추는 사람들은 결국 이중적 그리고 다중적 삶을 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은 무엇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보다는 주로 자기 이익에 근거해서 판단하고 행동한다. 

한편 코로나 사태는 다양한 사회적 변화를 야기한다. 예컨대 일부가 마스크를 쓰는 경우는 쉽게 그들의 행동을 예측할 수 있지만 인류 모두가 마스크를 써야만 한다면 상황은 사뭇 다르다. 서로 상대방을 알아볼 수 없는 세상이 돼 인간적 신뢰가 사라질 것이고 이들에 의한 집단적인 이기적 행동은 쉽게 확산되기 마련이다. 더욱 두려운 것은 코로나로 응축된 사회는 필경 탈출구를 찾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탈출구는 작게는 작은 폭력이 될 수 있고 커지면 미국 등지에서 볼 수 있듯 폭동 시위 그리고 더욱 커지면 국가 전쟁까지도 발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사람들의 행태와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현상이 결합된다면 그 사회는 그야말로 혼돈 그 자체이다. 결국 신뢰를 잃고 인간 관계가 파괴되는 그러한 사회가 되는 것이다. 이런 혼돈 사회를 1600년께 영국의 근대 철학자 토마스 홉스는 경고했고 그는 혼돈을 통제할 강력한 통치기구 즉 정부를 주장했다. 결국 마스크 사회는 지금보다 더욱 강력한 정부를 요구하게 될 것이고 이는 철저한 독재로 가는 명분이 된다. 

마스크 시대에는 무엇보다도 신뢰 극복과 가치관 확립이 필요하다. 코로나가 박멸되지 않은 이상 가면과 같은 마스크를 벗을 수는 없을지라도 이전에 누렸던 인간적인 삶을 버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인간관계가 서로의 신뢰에서 만들어진다면 상호 공감과 이해가 선행돼야 하는 데 이를 위해서는 상대방 실체에 대한 확신이 우선돼야 한다. 따라서 신뢰를 얻기 위해서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마스크 사회를 살아가는 기본적 규범 역시 새로 세워야 한다. 이제까지 꺼려 왔던 마스크가 이제는 필수품이 됐듯이 새로운 가치관이 필요한 때이다. 단순히 모든 것을 코로나 탓으로 돌리려 한다면 역사는 우리가 원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갈 뿐이다. 춘추전국시대 혼탁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 내면의 수련과 사람들의 신뢰를 강조한 공자의 말씀이 마스크 시대에 다시금 절실하다.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