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강원도 한 사립학교 교사 A씨는 자신이 근무하는 학교로 딸을 전학시켰다. 그는 딸의 수업을 맡게 됐으나 동료 교사들은 자녀를 직접 가르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만류했다. 결국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에는 A씨가 아닌 B교사가 담당교사로 등록됐다. 하지만 알고 보니 B교사는 A씨가 다른 교사에게 요청해 허위로 등록한 교사였다. 실제 수업은 엄마인 A씨와 방과 후 교사가 나눠서 하고 평가까지 한 것이다.

2018년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 이후 교사와 자녀가 같은 학교에 다니는 것을 제한한 상피제를 도입한 지 2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자녀가 다니는 고등학교에 근무하는 교사가 273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대부분은 사립고에 소속돼 있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철민(안산 상록을·사진)의원이 교육부로부터 받은 시도별 교원·자녀 동일 고교 근무·재학 현황에 따르면 2020년 7월 기준 전국 162개 교에 273명의 교원이 284명의 자녀와 같은 고등학교에 소속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와 자녀가 같이 다니는 학교가 가장 많은 곳은 전북(23개 교)이었고 서울(22개 교), 충남(19개 교), 경남(17개 교), 전남(14개 교), 인천(11개 교)이 뒤를 이었다. 교사 수를 기준으로 하면 충남(46명)이 가장 많았고 전북(41명), 경남(32명), 서울, 전남(각 27명) 순이었다. 반면 광주와 세종은 자녀와 같은 학교에 소속된 교사가 한 명도 없었다.

교사가 자녀와 같이 다니는 학교는 사립학교(149개 교)가 공립학교(13개 교)에 비해 11배 이상 많았고, 교사도 사립학교(256명)가 공립학교(17명)에 비해 15배 이상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북(5개 교), 충북(3개 교), 인천(2개 교), 강원(2개 교), 제주(1개 교)를 제외한 12개 지역에서는 자녀와 같은 학교에 근무하는 공립학교 교사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김철민 의원은 "상피제를 도입한 지 2년이나 지났지만 사립학교는 상피제 사각지대나 다름없다"며 "사립학교에도 상피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 등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산=박성철 기자 psc@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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