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업자의 무분별한 토석 채취와 산림훼손으로 비롯된 김포의 한 야산에 위치한 조선 중종 인순공주(1542∼1545년)의 ‘태실’(본보 2019년 1월 28일자)이 원래 위치로 복구된다. 

최근 김포시는 태실을 원래의 자리로 복원 시키기로 하고 개발행위 허가업체에 공문을 보내 다음 달 안으로 태실을 옮겨 줄 것을 통보했다. 

하지만 태실이 있던 높이 60여m쯤 산(태봉)이 이미 깎여나가 나대지 상태가 돼버려 옛 그대로의 모습을 복원하기는 어렵게 된 상황이다. 이를 두고 주민들과 지역내 시민단체는 원위치 복구가 계획과 달라 반쪽자리 복원이 추진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일고있다.

14일 시에 따르면 월곶면 조강리 235의 4일대 일명 ‘태봉산’에 있다가 2011년 개발행위로 인한 붕괴 우려로 2015년 인근 임야로 옮겨진 태실을 원래 위치로 안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시는 지난 4월부터 7월까지 태실보존 학술용역조사에 나서 원래 위치 복구와 제3의 장소 이전 방안을 놓고 주민 설문과 향토문화재심의위원 의견을 받아 제자리 이전을 확정했으며, 미등록 문화재인 인순공주 태실을 경기도 문화재로 등재 추진할 계획이다.

인순공주 태실은 김포지역에 있던 3곳의 ‘태실’ 중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2011년 태실이 위치한 인근 토지주가 신청한 버섯재배사와 농수산물 보관창고 개발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태봉산 붕괴 우려로 애초 위치에서 200여m정도 떨어진 국방부 소유의 토지로 임시 이전됐다.

시는 2014년 개발사업자가 허가 면적 범위를 벗어나 태실이 있던 태봉산까지 훼손한 것을 확인하고 원상복구 명령과 함께 사법당국에 고발하기까지 했지만, 시민단체의 태실 훼손 우려에도 미등재 태실이라며 위치 이전을 문제 삼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시가 문화재에 대한 이해와 문제의식만 있었더라도 개발업자에 의해 훼손 돼 평평한 분지가 된 곳에 태실 석구조물이 우뚝 서 있는 볼썽사나운 모습을 보지 않아도 될 일이었다.

시민단체의 한 관계자는 "‘태’를 봉안한 것은 세계적으로도 희귀한 ‘태(胎)’ 문화로 평가받고 있다. 경기도가 일본강점기 때 고양시 서삼릉으로 옮겨져 태실 공동묘지라고 하는 서삼릉의 태실을 원래 위치로 복원하려는 노력도 이 때문"이라며 "인순공주의 태실 문제는 그동안 김포시의 문화재 인식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라고 지적했다.

김포=이정택 기자 ljt@kihoilbo.co.kr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KIHOILBO

저작권자 © 기호일보 - 아침을 여는 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