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에 가서 놀란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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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에 가서 놀란 세 가지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 기호일보
  • 승인 2020.10.16
  • 1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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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최원영 인하대학교 프런티어학부 겸임교수

코로나로 인해 뜸했던 옛 친구들과 반가운 만남을 가졌습니다. 

한 친구가 들려준 이야기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습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천국에 가면 세 번씩이나 놀란다고 하는데, 놀란 이유가 흥미로웠습니다. 

첫째는 자신이 천국에 와 있다는 사실 때문이고, 둘째는 반드시 천국에 갈 거라고 믿었던 사람 중 어느 한 사람도 천국에 없기 때문이며, 셋째는 틀림없이 지옥에 갈 줄 알았던 사람이 그곳에 있다는 것 때문에 놀랐다는 겁니다.

그러자 다른 한 친구는 어느 책에서 읽었다면서 이렇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사람들을 세 부류로 나누면, 첫 부류는 어려운 사람들 편에 서서 정의를 부르짖던 사람들로 100점짜리 삶이고, 두 번째 부류는 좋은 아빠, 좋은 엄마로 불리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로 50점짜리 삶이며, 세 번째 부류는 타인의 재산이나 생명을 빼앗는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로 0점짜리 삶이라고 해."

이 친구의 말을 여기까지 들으면 그럴 수 있겠다 싶었는데, 친구의 다음 말이 제게는 무척 충격적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늘나라에서 이 사람들에게 매긴 점수를 보면 놀라워. 지상에서 100점과 0점짜리 삶을 산 사람들은 하늘나라에서 50점과 0점을 받았지만, 지상에서 50점을 받은 평범한 사람의 하늘나라 점수는 100점이라는 거야."

살아 있을 때 가장 실천하기 힘든 것이 바로 지극히 평범한 삶이고, 우리가 그런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가르침이 이 이야기 속에 숨어 있는 것은 아닐까 싶습니다. 

평범한 삶이란 사랑하는 ‘사람’이 있고,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할 수 있는 자기만의 ‘일’이 있고, 내가 외로울 때 달려오고 그가 외로울 때 달려갈 수 있는 ‘벗’이 있는 삶을 말합니다. 지극히 단순한 이 세 조건을 갖춘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는 점을 이야기 속에서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단순한 삶이 쉽지 않은 이유는 사람들이 세속적인 욕망인 부나 명예나 권력 따위에 삶의 목적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삶은 자족(自足)하지 못하게 합니다. 아무리 많이 가져도, 아무리 높이 올라가도 자신보다 더 많이 가진 사람이나 더 높은 사람은 늘 있기 마련이겠지요. 그러니 자족할 수가 없습니다. 

세속적인 욕망을 삶의 목적으로 삼는 한은 남과 비교하지 않을 수 없고, 비교하면 비교할수록 자신의 결핍만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대부분 시간과 정성을 오직 자신의 결핍을 채우는 데 사용할 겁니다. 그럴수록 하늘나라에서 100점으로 인정해주는 평범한 삶을 구성하는 ‘사랑하는 사람과 일과 벗’에게 쓸 수 있는 시간과 정성은 부족하게 돼 평범한 삶을 살기는 더더욱 어려워질 겁니다. 

하늘나라에서 말하는 100점짜리 삶을 이 땅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누구일까를 떠올려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인 자식들에게 헌신하고, 헌신하는 그 일이 아무리 힘겹다고 해도 그 일을 기꺼이 그리고 즐겁게 해냈던 사람, 때로는 지칠 대로 지친 슬픈 마음을 똑같은 처지에 놓인 이웃집 친구들과의 수다로 풀어내며 견디신 사람, 어릴 때 꾸던 꿈을 모두 내려놓고 오로지 ‘사랑’만을 위해 살았던 사람, 바로 독자 여러분과 저의 어머니들입니다. 

한창원 시인의 ‘부스럼’이란 시에서 그 어머니들의 흔적을 보았습니다.

머릿속에 피어난/ 노오란 고름 꽃이/ 아이를 눈물짓게 했다.// 바닷물 한 줌 퍼다가/ 어미는 아이의 머리를 슬픔으로 감겼다.// 고름 속에 머물던 바닷물은/ 어미의 눈물이 되어 흐르고/ 아이의 절규는 단칸방 어둠 속으로 숨어 버렸다.// 페니실린 한 방울에/ 아픔을 잃은 그날/ 어미의 머리에 비녀가 보이지 않았다.// 그날 밤/ 아이는 어미의 품속에서 행복한 꿈을 꾸었다.

적어도 이 땅의 어머니들만큼은 하늘나라에서 고통 없이 살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친구들과 헤어져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나는 과연 평범한 삶을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뇌리에서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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