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강옥엽 인천여성사연구소 대표

미추홀로부터 2030여 년, 인천정명(定名)600여 년, 그리고 인천 개항 130여 년의 인천 역사는 한마디로 도전과 응전의 연속이었다. 

그 과정 속에서 인천은 개척지이자 선구지 공간이었고, 인천인들은 이러한 개척자의 후예로서 개척정신이 내면을 관통하고 있다. 인천 여성의 역사도 이러한 개척정신과 무관하지 않다. 최초의 박사, 최초의 학사, 최초의 배우, 최초의 아나운서 등 유달리 최초에 해당하는 여성이 많이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런 사실을 입증한다. 

13년 전 인천광역시 여성정책과와 사)인천광역시여성단체협의회는 인천시사편찬 연구자 및 향토사가 등과 함께 ‘역사 속의 인천 여성인물 발굴’을 위한 사업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정리된 것이 「역사 속의 인천 여성(2008)」 인물 자료집이다. 그럼에도 그 이후 현재까지 인천 여성사 연구가 이렇다 할 성과 없이 별달리 진전되지 않았고 체계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아 많은 아쉬움이 있었다.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인천여성가족재단에서 ‘인천여성사연구를 위한 기초조사’ 사업을 진행한다는 사실에 관심과 기대를 갖게 된다. 그동안 인천시사편찬 작업 과정에서 이런 저런 인천 자료들을 집적하고 체계화하면서 인천 역사와 함께 했던 여성들의 활동도 정리해야 할 과제였다. 

이런 시각에서, 나름으로 생각하는 인천 여성사 연구를 위한 기본 방향을 조심스럽게 제안해 보면 먼저, 인천 여성인물의 범주를 설정해야 한다. 그리고 그 범위는 광의의 해석을 필요로 한다. 인천 여성인물은 인천에서 출생, 성장, 활동, 사망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인천 출생이면서 타 지역에서 활동을 한 여성인물, 인천에서 출생하지 않았더라도 인천에서 활동했던 여성, 외국인이지만 선교나 교육을 목적으로 인천에서 활동했던 여성인물 등을 모두 포함해야 한다. 물론, 이러한 범주는 연구자들 간 다양한 논의를 거쳐 수렴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인천 여성인물의 유형을 분류하는 시기 구분의 문제이다. 국사 일반에 따른 시대 구분의 보편성과 그 시대 속에 인천 여성들만의 특징이나 흐름을 파악하고 인천 여성인물을 특징화 할 수 있는 인천만의 특수성을 감안한 시대 구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서는 보다 많은 인천 여성인물들의 사례가 발굴, 수집돼야 하기에 일정 정도 자료 조사와 수집의 시간이 요구된다 할 수 있다.  

그런 다음 목차 구성을 할 때 신중해야 할 사항이 있다. 수집된 인천 여성인물의 다양한 사례를 유형별로 구분해 볼 수 있을 텐데, 이때 고려해야 할 것은 한 개인의 일생을 통해 경험한 다양한 활동 중 어떤 부분을 더 강조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근대 여성 교육은 기독교 전파와 함께 시작됐음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며, 여성의 사회운동은 독립운동, 여성운동과도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 따라서 인천 여성들 중에는 교육, 사회, 독립운동, 여성운동, 종교 등 각 유형마다 중복돼 활동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구분에도 역시 그들의 주요 활동에 대한 보다 엄밀한 검토와 논의가 요구된다. 또, 각 항목들은 무엇보다 국사 전반에서 설명되는 일반적이고 개설적인 내용을 담기보다는 인천 여성사에서의 사례 연구나 인물에 대한 소개가 우선적이어야 하는데, 이럴 경우 더 많은 자료가 발굴돼야 가능하다.

그러므로 궁극적으로 인천 여성인물들의 의식세계와 경험을 분석·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시대구분과 목차로 짜여진 ‘인천 여성사’가 완성돼야 할 것이다. 그런 결론을 도출하기 위해서는 전근대는 물론, 근현대 인천 여성들의 많은 활동 사례가 다양하게 발굴, 수집돼야 한다. 특히 현대사의 경우는 구술 채록 방법을 적극 활용함으로써 인천 여성사 연구의 지평을 확대해야 한다. 

무엇보다 국사에서의 보편적 여성 담론을 넘어 2030여 년이 넘는 유구한 인천 역사 속에서 인천 여성사 연구의 의미와 가치가 평가되고 구명(究明) 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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